‘소일거리라도 있겠지’라는 생각, 막상 내려오니 전혀 달랐다
도시 생활이 지쳐가던 무렵, 나는 귀촌을 결심했다. 처음엔 단순히 전원생활의 낭만적인 모습만 떠올렸다. 시골은 물가도 싸고 생활비도 적게 들 테니, 굳이 큰돈을 벌지 않아도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소일거리라도 하나 있겠지” 하는 막연한 믿음도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시골에 내려와보니,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팍팍했다.
일단, 가장 먼저 마주한 건 **'일자리 자체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었다. 도시에서는 일자리가 넘쳐난다 못해 고르기가 어려울 정도였지만, 귀촌 이후엔 선택지가 아예 없었다. 특히 만 40대 중반을 넘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시내에 있는 편의점이나 마트 아르바이트는 대부분 학생이나 20~30대 젊은 층이 차지하고 있었고, 공공근로나 단기 일자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역에 뿌리내린 분들이 선점하고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정보의 단절이었다. 시골에서는 구인구직 사이트나 SNS보다 면 대 면, 입소문, 지역 소모임 등으로 일자리가 돌아간다. 나는 귀촌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그런 정보망에 끼어들 수조차 없었다. 결국, 어디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도 모르고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다. 평소라면 무의미한 시간이 그다지 문제되지 않았겠지만, 매달 빠져나가는 생활비를 생각하니 현실적인 압박감이 점점 심해졌다.
농사나 귀촌 창업? 생각만큼 만만치 않은 진입장벽
귀촌하면 자연스럽게 농사나 농산물 판매, 혹은 카페 같은 소규모 창업을 떠올리게 된다. 나 또한 처음엔 귀농을 고민했다. 하지만 막상 발을 들이려고 하니 생각보다 장벽이 많고, 그 문턱이 낮지 않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우선 땅이 있어야 한다. 시골에 내려오면 저렴하게 땅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쓸 만한 땅은 비싸고, 싼 땅은 제대로 된 농사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농업은 단순히 씨 뿌리고 수확하는 문제가 아니다. 토질, 기후, 해충, 병해 관리 등 도시에서 전혀 접해보지 못한 변수들이 즐비하다. 농업기술센터에서 교육도 받아봤지만, 이론과 현실은 달랐다. 경험 없이 뛰어들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자본 창업도 마찬가지였다. 요즘은 귀촌 카페, 게스트하우스, 지역 특산물 쇼핑몰 등의 콘텐츠가 인기지만, 그 이면엔 치열한 생존 경쟁이 있었다. 무엇보다 시골 지역은 인구가 적고 유동 인구도 적다 보니 수요 자체가 한정적이었다. 가게를 낸다고 해도 하루 종일 손님이 한두 명일 수 있고, 그마저도 관광 시즌에 한정되기 일쑤다. 운영비는 꾸준히 들어가지만 수익은 들쭉날쭉, 결국은 버티는 싸움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쯤 되자 나는 뼈저리게 느꼈다. ‘도시보다 일은 적을 것’이라는 귀촌 환상은, 실은 일 자체가 없거나, 있어도 너무나 어려운 일만 남아 있는 구조였다는 것을.
지역 사회 속 ‘외지인’이라는 한계와 심리적 소외감
시골에서 일자리를 얻기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는, ‘외지인’이라는 정체성 때문이었다. 마을 안에서 일은 대부분 ‘내부 사람들끼리’ 공유된다. 누가 일손이 부족하다고 하면, 친인척이나 지인에게 가장 먼저 연락이 간다. 농번기 인력도 마찬가지다. 지속적으로 신뢰를 쌓아온 사람에게 우선 기회가 돌아가는 구조다.
내가 그 틈에 끼어드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아무리 내가 성실하고 열정적이라 해도, 그들의 ‘네트워크 안’에 들지 못하면 기회조차 닿지 않는다. 마을회관 모임에 꾸준히 나가고, 봉사활동도 해봤지만, 지역 사람들과의 거리감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일자리뿐 아니라 그로 인한 심리적인 소외감도 컸다. 주변 사람들은 각자의 일과 관계망 안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나는 늘 그 바깥에 머무는 느낌이었다. 마치 ‘잠깐 머무르다 떠날 사람’처럼 여겨지는 시선, 혹은 ‘우리를 바꾸려는 외부인’이라는 경계심도 느껴졌다. 이 상태에서는 단순한 노동의 기회뿐 아니라, **신뢰를 기반으로 한 공동체형 일자리(공동작업, 위탁재배, 지역 수익사업 등)**에도 접근하기가 어려웠다.
결국 나는 스스로를 돌아봤다. ‘내가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있을까?’, ‘정착이라는 단어가 가능하긴 한 걸까?’라는 자조적인 질문들이 마음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도시에서는 당연했던 생계가, 이곳에서는 매일매일의 고민거리가 되어 있었다.
결국, 내가 선택한 새로운 생계 방식
이런 현실 속에서 나는 결국 방향을 틀었다. 시골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보다, 도시에서 하던 일의 연장선 안에서 수익을 찾기로 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온라인 기반의 재택근무와 부업이었다.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것도 이 즈음이었다.
처음엔 마치 마지막 희망을 붙잡는 심정으로 키워드 검색과 콘텐츠 작성을 배우기 시작했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느낀 점은, 지역의 제약 없이도 가능한 일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었다. 글쓰기, 콘텐츠 제작, 유튜브 편집, 온라인 판매, 재택 상담 등의 일은 단절된 오프라인 공동체와 달리, 노력만 하면 누구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공간이었다.
물론 블로그나 유튜브도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적어도 시작 자체를 막지는 않는다. 귀촌 후 느낀 ‘일자리 벽’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지금도 블로그 수익은 크지 않지만, 하루하루 성장하고 있다는 뿌듯함, 그리고 경제적 자립에 대한 희망이 생겼다.
그와 동시에, 마을에서는 무리하게 끼어들기보다 조용히 신뢰를 쌓아가는 방식을 선택했다. 농사일을 돕고, 인사도 꾸준히 하고, 서서히 지역 사회 속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늘려가고 있다. 외지인이라는 한계는 여전하지만, 그 한계를 인정하면서 내 길을 찾는 것이 귀촌에서 살아남는 법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마무리하며..
귀촌하면 마치 낭만적인 자연 속에서 일도, 삶도 모두 조화를 이룰 것 같지만, 실제 현실은 훨씬 복잡하고 냉정하다. 일자리는 거의 없고, 있더라도 진입 장벽이 높으며, 외지인이라는 이유로 정보나 기회에서 배제되기도 한다. 그런 상황에서 무작정 시골로 내려와 ‘뭔가 되겠지’라는 생각은 위험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시골은 도전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를 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나는 그 안에서 도시와 연결된 수익 창구를 찾았고, 공동체와의 균형을 고민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귀촌을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이 글이 현실적인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귀촌은 새로운 시작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방식의 삶을 배우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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