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그래서 시골을 선택했다
나는 10년 가까이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해왔다. 회사와 집을 오가는 반복된 일상은 점점 숨이 막히는 기분을 줬고, 밤늦게 퇴근한 뒤엔 늘 피로감에 쌓여 하루를 마무리했다. 아침마다 막히는 도로, 층간소음, 과한 경쟁, 사람들 사이의 거리감 없는 소통까지. 어느새 나는 ‘자연 속에 사는 나’를 상상하게 됐다. 처음엔 단순한 로망이었다.
유튜브에서 누군가의 시골 브이로그를 보던 날이었다. 그 고요한 풍경과 여유로운 하루가 자꾸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나도 언젠가 저런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
그런 상상이 반복될수록, 로망은 점점 결심으로 바뀌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서 나는 실제로 귀촌을 결심하게 되었다.
서울 근교가 아닌 진짜 시골, 전라남도의 한 마을에서 오래된 주택 한 채를 찾았다. 집은 40년이 넘은 낡은 구조였지만, 주변 환경은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뒷산에는 야생화가 피고, 앞마당엔 나무 그늘이 드리웠다. 나는 ‘이제야 진짜 삶이 시작되는구나’라는 기대감에 가득 찼고, 처음 한 달은 그야말로 행복했다. 새소리에 눈뜨고, 텃밭을 일구고, 혼자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하루하루가 도시에서는 상상할 수 없든 여유로웠다. 처음엔 도시에서와는 다르게 시간조차 느리게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졌고, 나는 그런 변화에 깊이 만족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낭만은 오래가지 않았다.
불편함은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다가왔다
낭만은 생각보다 짧았고, 현실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가장 먼저 마주한 건 물리적인 ‘거리’였다. 가장 가까운 마트까지는 차로 30분 이상, 병원은 1시간 거리였고, 택배는 마을회관까지만 배송되었다. 나는 도시에서처럼 언제든지 필요한 것을 사거나, 즉시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시골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처음 고장이 난 보일러를 수리하는 데만 2주가 걸렸고, 겨울철 기름값은 도시가스비의 3배를 넘었다. 눈이 내리면 도로가 얼어붙어 외출이 어려웠고, 정전도 종종 발생했다. 한 번은 한밤중에 전기가 끊겼는데, 전기 없이 난방도 할 수 없어 두꺼운 옷을 껴입고 자야 했다.
집 자체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중고로 구입한 시골 주택은 지붕이 새고, 배수관이 낡았으며, 벌레가 들끓었다. 나는 어느새 잡초를 뽑고, 곰팡이를 닦고, 쥐덫을 설치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게다가 인터넷 속도가 너무 느려 재택근무는 사실상 불가능했고, 스트리밍 서비스는 꿈도 꿀 수 없었다. 도시에서는 당연했던 것들이 이곳에서는 사치처럼 느껴졌다. 사람들은 “시골은 불편한 걸 감수하고 가는 곳”이라고 말했지만, 그것이 이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다. 불편함이 쌓일수록 스트레스도 쌓였고, 감정적으로도 점점 지쳐갔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가장 힘들었다
불편한 건 생활만이 아니었다. 가장 큰 스트레스는 ‘사람과의 거리’였다. 시골 사람들은 정이 많다고들 하지만, 그 정은 ‘가까이’에서만 유효했다. 나는 외지인이었고, 더구나 젊은 나이에 혼자 내려온 도시 사람이라 더욱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인사를 나누고 행사에 참석하면서 자연스럽게 섞이려 노력했다. 하지만 동네는 이미 오래전부터 형성된 관계들로 촘촘하게 짜여 있었고, 그 틈에 내가 들어가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작은 일에도 말이 돌고, 집 앞에 누가 다녀갔다 하면 그다음 날 온 마을이 알 정도로 개인의 사생활이 거의 없었다.
나는 시골의 ‘소통 방식’에 적응하지 못했다. 도시에서는 무심히 지나쳤던 말투 하나, 표정 하나가 시골에서는 오해가 되곤 했다. 한 번은 마을회관 청소에 사정상 참석하지 못했는데, 그 뒤로 눈에 띄게 말수가 줄어든 이웃들이 있었다. 교류는 필수였고, 소속되지 않으면 살아가기 힘든 구조였다.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지내려 하면 오해가 생기고, 너무 가까이 다가가려 하면 경계심을 마주쳤다. 결과적으로 나는 ‘이방인’으로 남게 되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는 것도 피하게 되었다. 시골의 조용함은 나를 더 고립되게 했고, 그 조용함 속에서 나는 점점 외로워지고 있었다.
1년 후 다시 도시로… 그러나 나는 실패자가 아니다
그렇게 시골에서의 생활은 1년 만에 끝이 났다. 처음 이사 올 때 짐은 한 트럭 분량이었지만, 떠날 땐 짐보다 더 많은 감정과 경험이 함께였다. 주변에서는 "결국 돌아왔네", "시골살이 실패했나 봐"라는 말을 하기도 했지만, 나는 그것이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그 1년 동안 도시에서 느끼지 못했던 삶의 다양한 측면을 몸으로 직접 경험했다. 시골살이는 나와 맞지 않는 방식의 삶이었다는 것을 인정할 뿐이다. 나는 도시의 익명성과 편리함, 적당한 거리의 인간관계 속에서 더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시골은 분명 아름다웠지만, 나에게는 거기에 머물 만큼의 끈기와 적응력이 부족했다.
다시 돌아온 도시는 여전히 빠르게 돌아가고, 사람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번엔 그 속도가 덜 부담스러웠다. 시골에서의 1년이 내 감정을 정리해 줬고, 나에게 맞는 삶의 방식이 무엇인지 고민할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다시 직장을 구했고, 예전보다 더 정리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시골살이는 분명 힘들었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 경험이 있었기에 지금의 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든 조금은 더 신중해질 자신이 생겼다. 도시를 버리고 시골로 갔다가 돌아왔지만, 나는 실패자가 아니라 인생을 실험해 본 사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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