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의 기대, 그러나 시작부터 달랐던 현실
귀촌을 결심했을 때, 가장 기대했던 것은 ‘비용 절감’이었다. 도시에서 매달 나가던 월세와 관리비, 교통비, 외식비를 줄이면 훨씬 여유로운 삶이 가능할 거라 믿었다. 시골은 자연이 곧 공기청정기이고, 마당에 텃밭도 있으니 채소값도 줄일 수 있겠다는 계산이었다. 특히 ‘고정 지출’이라 생각한 전기세, 수도세는 더 줄어들 것이라 예상했다. 실제로 주변에서 “시골은 전기세도 얼마 안 나와~”라는 말을 자주 들었고, 블로그나 유튜브에서도 다들 "생활비 부담 없다"며 자랑하듯 말했기에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이사를 하고 실제로 시골 생활을 시작해보니, 기대와는 완전히 다른 현실이 펼쳐졌다. 첫 달 고지서를 받는 순간, 머릿속 계산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전기세는 서울에서 쓰던 아파트의 두 배가 넘었고, 수도요금은 도시에서는 상상도 못할 방식으로 책정되고 있었다. "왜 이렇게 많이 나왔지?" 처음엔 내가 뭔가 잘못 본 줄 알았다. 그러나 이후로도 비슷한 금액의 고지서가 매달 반복되며, 나는 점점 현실을 직면하게 되었다. 시골에서는 단순한 주거 이전이 아니라, 요금 체계 자체가 다른 ‘생활 시스템의 변화’라는 것을.
전기세가 갑자기 늘어난 이유 – 구조부터가 달랐다
전기세 폭탄의 핵심은 집 구조에 있었다. 내가 구입한 집은 지어진 지 20년이 넘은 오래된 단독주택으로, 단열이 거의 되지 않는 구조였다. 도시의 아파트는 벽체 단열이나 창호 시공이 잘 되어 있어 겨울에도 큰 난방 없이 견딜 수 있었지만, 시골집은 완전히 달랐다. 겨울이 시작되자 벽면에서 냉기가 그대로 들어왔고, 바닥은 아무리 보일러를 돌려도 차가웠다. 결국 전기 장판, 전기 히터, 전기난로를 동시에 돌릴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냉장고, 정수기, 김치냉장고, 전자레인지 등 생활가전도 함께 작동되니 전기 사용량은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또 하나의 문제는 계절별 전력 사용량 차이였다. 여름철엔 에어컨 대신 선풍기로 버티려고 했지만, 어느 날부터는 낮 기온이 35도를 넘으며 견딜 수 없게 되었다. 급히 이동식 에어컨을 구매했는데, 이 제품은 전력 소모량이 굉장히 높았다. 도시에선 중앙냉방 시스템으로 일정하게 냉방이 가능했지만, 시골 단독주택은 외부 열기까지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훨씬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다.
심지어 전기요금 자체도 주택용 일반 요금제가 적용되어 누진세의 영향을 훨씬 많이 받았다. 도시는 관리사무소를 통해 전력 공급이 조정되지만, 시골 단독주택은 모든 게 개별 계량기 기준이었다. 전기요금 고지서를 확인해보니 기본요금부터 다르고, 누진 구간 진입이 훨씬 빨랐다. 한여름, 한겨울에는 전기요금이 30만 원을 넘긴 적도 있었다. 결국, 내가 예상한 "에너지 비용 절감"은 시골 집 구조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너무도 순진한 기대에 불과했다.
수도세의 함정 – 수도관 노후, 계량기 고장, 그리고 지역 조례
수도세 역시 내가 귀촌 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서울에서의 수도요금은 매달 5천 원1만 원 정도로 별로 신경 쓸 일이 없었다. 하지만 시골에 내려오고 나서는 수도요금이 매달 2만 원 이상이 나왔고, 한 번은 5만 원이 넘는 고지서가 날아온 적도 있었다. 문제는 물 사용량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세탁기 한 대, 설거지, 샤워 정도의 패턴이었는데 요금은 왜 이렇게 나오는 걸까? 이상하게 여겨 지자체 수도과에 문의했고, 그 과정에서 여러 복병들을 확인하게 되었다.
첫째는 수도관의 노후화였다. 집으로 연결된 수도관이 땅속에서 미세하게 누수되고 있었고, 그것이 고지서에 포함되었다. 시골은 대부분 오랜 기간 유지보수가 되지 않아 집 주변 배관이 망가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집안 수도 계량기 자체도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어떤 달에는 거의 사용을 안 했는데도 이상하게 요금이 높게 나왔고, 점검해 보니 계량기가 오작동 중이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을 입증하려면 별도의 기술자와 장비 점검이 필요하고, 그 비용도 내가 부담해야 했다.
둘째는 지역 조례에 따른 상수도 기본 요금 체계였다. 도시에선 상수도 사용량에 따라 비교적 일관된 요금이 부과되지만, 시골은 사용량과 무관하게 최소 사용요금이 높은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내가 사는 지역은 사용량이 적어도 기본요금이 2만 원 이상이었고, 누진 요율도 지역별로 달랐다. 게다가 일부 지역은 ‘마을 공동 수도 계량기’를 쓰는 구조라, 내가 사용한 물 외에 다른 집 사용량까지 포함돼 요금이 부과되는 사례도 있다고 들었다. 결국 수도요금 역시 단순히 ‘덜 쓰면 덜 나온다’는 공식이 성립되지 않는 구조였다.
예상치 못한 유지 비용 – ‘보이지 않는 고정 지출’이 쌓인다
귀촌 전 나는 전기세와 수도세 같은 공과금이 줄어들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 반대였다. 매달 나가는 고정 지출은 오히려 도시보다 많았다. 게다가 시골에서는 이 외에도 생각지 못한 유지 비용이 계속 들어갔다. 예를 들면 정화조 청소비, 장비 수리비, 배수로 점검비, 벌레 방역비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 아파트에 살 땐 관리비에 포함되어 자동 처리되던 부분들이 시골에선 전부 개별 부담 항목이었다.
겨울철에는 수도가 동파되어 보일러 배관까지 동결되었고, 이를 해빙시키기 위해 지역 업체를 불렀다. 출장비만 8만 원, 부품 교체비 포함하면 25만 원 가까이 들었다. 또 여름철엔 정전이 자주 발생했는데, 이는 오래된 전선과 차단기의 문제였다. 전기점검을 위해 전기 기사를 부르면 기본 출장비가 10만 원, 부품 교체가 생기면 20~30만 원이 추가되었다.
이처럼 시골 생활은 단순히 "싸게 살 수 있다"는 장점만 보이지만, 지속적으로 드는 ‘숨은 비용’이 많다. 고지서 하나하나가 예상 범위를 초과하면서 점점 심리적인 부담이 쌓였다. 특히 고정 소득이 없는 귀촌 생활에서는,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길 때마다 불안감도 함께 커졌다. 공과금이 ‘소소한 지출’이라고 생각했던 내 관점은 이젠 완전히 바뀌었다. 시골에서 공과금은 때때로 생활의 안정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싸게 사는 삶’이 아니라 ‘계획된 소비의 삶’이 되어야 한다
귀촌 이후, 내가 겪은 전기세와 수도세 문제는 단순히 ‘요금이 많이 나왔다’는 수준의 불만이 아니다. 그건 귀촌이라는 결정 자체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 중요한 계기였다. 비용을 줄이겠다는 목표로 내려왔지만, 실제로는 생활의 구조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관리 방식도 달라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탓이다. 만약 귀촌 전 미리 집 구조를 점검하고, 난방 방식과 배관 상태, 전력 계량기 종류, 상수도 연결 상태까지 하나하나 따져봤다면 이런 비용 폭탄은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도 시골에 사는 걸 후회하지는 않는다. 자연은 분명 아름다웠고, 도시보다 한적한 삶은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경제적 여유를 기대했던 선택은 철저히 실패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싸게 사는 게 아니라, 합리적인 구조 속에서 살 수 있는 준비와 정보였다. 귀촌을 고려하는 사람이라면 꼭 말해주고 싶다. 전기세와 수도세는 작게 보일 수 있지만, 귀촌 초기에는 그 어느 지출보다 빠르게 당신의 통장을 갉아먹을 수 있다고.
귀촌이 진짜 절약이 되기 위해선, ‘자연 속에서 싸게 살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생활비의 구조를 이해하고 그에 맞는 설계와 대비를 먼저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걸 모른 채 이사를 하면, 나처럼 매달 고지서를 받는 게 두려운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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