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망에 취한 계획, 현실을 외면하다귀촌을 준비하던 그 시절, 나는 막연한 기대와 상상에 사로잡혀 있었다. 자연 속에서의 느긋한 삶, 아침이면 새소리로 눈을 뜨고, 저녁이면 고요한 산그늘 아래에서 하루를 정리하는 그런 삶. 도시는 사람과 소음, 끝없는 경쟁으로 점철되어 있었고, 그런 일상에 지친 나는 어느 순간부터 ‘시골로 가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건 ‘가야겠다’가 아니라 그냥 ‘도망치고 싶다’에 가까웠던 것 같다. 귀촌은 삶의 전환점이자 중대한 결정이다. 그런데도 나는 마치 가벼운 여행을 떠나듯 준비를 시작했다. 농촌 관련 책을 몇 권 읽고, 블로그에서 몇몇 성공담을 훑어본 게 전부였다. 마치 여행자처럼, 그곳에서의 삶은 늘 평화롭고 고요할 거라고 생각했다. 마을 주민들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