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하고 싶다면, 먼저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라

‘성공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패담’이다

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유튜브, 블로그, 책 등을 통해 정보를 찾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장 자주 마주치는 것은 ‘성공 스토리’다. 어느 날 도시생활에 지쳐 귀촌을 결심한 누군가가 작은 시골마을에 내려가 텃밭을 가꾸고, 닭을 키우고, 직접 지은 집에서 평화로운 일상을 누리는 모습. 이처럼 이상적인 모습은 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아름답게만 흘러가지 않는다.

 

 

정작 우리가 가장 먼저 귀 기울여야 할 이야기는 이런 ‘잘된 사례’가 아니라, ‘생각처럼 되지 않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들은 왜 다시 도시로 돌아갔는지,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는지, 무엇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지를 듣는 것이 진짜 도움이 된다. 실패담은 성공담보다 훨씬 더 현실적이며,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귀촌의 이면’을 보여준다. 귀촌은 단순한 이사가 아니다. 삶의 방식 전체가 바뀌는 선택이다. 그만큼 실패의 원인을 정확히 짚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성공담은 때로 지나치게 미화되어 있고, ‘운이 좋았다’는 변수나 특별한 능력을 전제로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패담은 그런 미사여구 없이 솔직한 문제를 드러낸다. 외로움, 경제적인 어려움, 지역 사회와의 갈등, 예상치 못한 날씨나 자연재해, 농업의 현실 등 그들은 고통을 겪은 만큼 진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들의 목소리는 단순한 경고가 아니다. 우리가 준비해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지도’와도 같다.

“나만은 다를 거야”라는 착각

실패담을 들으면서도 많은 사람들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그래도 나는 저 사람이랑은 달라. 난 더 준비가 되어 있어.” 이 착각은 귀촌을 망치는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다. 누구든 자신은 예외일 거라고 생각한다. 자신은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고, 도시생활에 크게 미련이 없으며, 성실하게 땅을 일굴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 나가보면 그 자신감은 생각보다 빨리 무너진다.

시골은 단순히 ‘도시보다 조용한 곳’이 아니다. 인프라가 부족하고, 일자리가 제한적이며, 관계는 생각보다 더 끈끈하고 배타적이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가까운 만큼, 외부인이 적응하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잘 지내기 위해서는 단순한 친절함 이상의 ‘공감 능력’과 ‘관계 유지 기술’이 필요하다. 겉으로는 환영받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시험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게다가 귀촌은 경제적인 문제와도 직결된다. 은퇴 후 노후생활을 위해 내려가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아직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경우라면 일이 더 복잡해진다.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지 않은 채 내려가면 생활비 때문에 다시 도시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특히 농업이나 자영업을 통해 수익을 내려는 경우, 현실의 벽은 생각보다 훨씬 높다. 땅을 산다고 해서 돈이 벌리는 것이 아니고, 시장은 생각보다 훨씬 냉정하다.

“나는 다를 거야”라는 믿음은 위험하다. 물론 성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실패한 사람들의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문제의 핵심을 찾아내고, 자신에게 해당되는 부분을 철저히 점검해야만 귀촌 후에도 버틸 수 있다.

철저한 준비 없는 귀촌은 ‘현실도피’일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귀촌을 결심하는 순간은, 도시생활이 지겨워졌거나 번아웃 상태일 때다. ‘지긋지긋한 회사 생활을 그만두고 자연 속에서 살고 싶다’, ‘복잡한 인간관계가 싫어서 조용한 곳으로 가고 싶다’는 식의 이유다. 물론 그런 욕망 자체는 부정할 수 없다. 누구나 삶의 방식에 변화를 주고 싶은 순간이 있다. 하지만 그런 감정에만 이끌려 귀촌을 결정하게 되면, 그 끝은 대개 실망으로 이어진다.

귀촌은 단순히 ‘지친 도시생활의 대안’이 아니다. 오히려 더 치열하고 복잡한 삶의 형태일 수 있다. 시골에서는 도시에서 당연히 제공되던 서비스들이 대부분 스스로 해결해야 할 일로 바뀐다. 정비, 운전, 설비, 농기계 관리, 심지어 쓰레기 처리까지도 손수 챙겨야 하는 일이 많다. 의료시설이 멀어 갑작스런 상황에 대처하기도 어렵고, 자녀가 있다면 교육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막상 ‘쉬러 간다’던 귀촌이 오히려 더 바쁘고 정신없는 하루의 연속이 되곤 한다.

귀촌에 실패한 사람들 중 다수는 바로 이 ‘현실도피형 귀촌’을 선택했던 사람들이다. 도시의 문제로부터 도망치듯 내려왔지만, 시골은 문제의 해결책이 되어주지 못한다. 오히려 새로운 문제들이 더 많이 생기고, 도망쳤던 도시생활이 오히려 그리워지기도 한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귀촌 전에 ‘내가 왜 귀촌을 하려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수십 번 던져봐야 한다. 단순히 ‘싫어서 떠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삶을 꾸려갈 것인가’에 대한 답이 있어야만 한다.

실패자의 조언은 고통의 산물이자, 성공의 열쇠다

귀촌에 실패한 사람들의 말에는 무게가 있다. 그들은 실제로 자신의 시간과 돈, 노력을 투자했고, 그 결과를 온몸으로 겪어낸 사람들이다. 그들이 털어놓는 후회와 회한은 결코 가벼운 이야기가 아니다. 괜히 부정적인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도 아니고, 귀촌을 막기 위해 겁을 주려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자신이 겪은 뼈아픈 실패가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말한다. 그 목소리를 귀담아듣는 사람만이 진짜 준비된 귀촌을 할 수 있다.

실패한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서 ‘무섭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귀촌이 생각보다 어렵고, 예민한 선택이라는 점이 피부로 와닿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두려움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두려움은 준비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준비된 귀촌이란, 현실의 어려움을 피하지 않고 맞서 이겨낼 수 있도록 설계된 삶이다. 실패자의 조언은 그 길로 가는 나침반과도 같다.

귀촌을 꿈꾼다면, 먼저 실패한 사람들을 찾아가보라. 그들이 쓴 책, 블로그, 영상, 카페 글 등을 살펴보자. 그 안에는 포장되지 않은 날것의 정보가 가득하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자신의 상황에 대입해보며 생각해보자. 나에게도 이런 문제가 생길 수 있을까? 나는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이처럼 실패담을 통해 미리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이야말로 가장 실질적인 준비다.

성공의 반대는 실패가 아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뛰어드는 것이다.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단지 실패의 기록이 아니라, 다음 사람의 성공을 위한 초석이 된다. 그러니 귀촌을 생각하고 있다면, 먼저 실패한 사람들의 말을 들어라. 그들의 목소리 속에 당신이 놓치고 있는 진실이 숨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