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귀촌 실패 사례

시골에서 농사 시작했다가 망한 현실적인 이유

밤하늘콩이 2025. 6. 27. 08:09

농사,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귀농을 꿈꾸는 이유는 단순하다.
자연 속에서 건강하게 살고 싶다, 지금의 반복된 도시 생활을 벗어나고 싶다,
그리고 내 손으로 무언가를 직접 키우며 먹고살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다.
나 역시 그랬다.

귀농, 땅만 있으면 다 되는 줄 알았다

 

10년 넘게 도시에서 회사 생활을 하며, 항상 ‘언젠가는 시골로 내려가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주말농장을 운영해 본 경험도 있었고, 텃밭에서 키운 토마토가 너무 맛있었던 기억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본격적으로 해보면 분명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퇴직 후 준비도 철저히 했다고 믿었다.
귀농 교육도 수강하고, 소규모 농지(약 800평 규모)도 정부 지원으로 분양받았으며,
근처 농자재 상가와 친분도 쌓아 두었다.
초기 자본은 약 3,000만 원 정도였고, 첫해에는 수익보다는 경험에 집중하자는 계획도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거칠었다.
작물을 심는 시기를 놓치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했고,
모종을 심을 때의 간격, 물 주는 시간, 햇빛의 각도,
예상치 못한 우박, 해충, 병충해까지
이 모든 것들이 내 계획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심지어 마을 어르신들의 조언이 전부 나에게 맞는 것도 아니었다.
“그거 그냥 퇴비만 잘 뿌리면 돼”라는 말을 믿고 했다가
토양 산성화가 심해져 작물이 죽기도 했고,
‘비료는 아끼지 말라’는 말을 따라 과하게 주었다가 뿌리 썩음 현상이 나타난 적도 있었다.

농사는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고도의 관리와 데이터, 경험이 요구되는 고난도 기술직이라는 사실을
몸으로 배워야만 했다.

수익은커녕 적자 – 유통과 판로, 상상도 못한 벽

수확 시즌이 가까워질수록 기대와 불안이 공존했다.
작물들이 제법 잘 자랐고, 어느 정도 수확이 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막상 수확을 하고 나니 또 다른 문제에 직면했다.
이걸 어디에, 어떻게 팔아야 할까?

처음엔 ‘로컬푸드 직매장’에 입점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거기에는 이미 수많은 농민들이 출하하고 있었고,
내 작물은 중량, 외관, 크기, 당도 등에서 기준을 맞추지 못해 입점조차 거절당했다.
인터넷 판매를 시도했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없고, 광고 예산도 부족해 구매 전환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게다가 판매를 위해 필요한 ‘포장재, 택배비, 아이스팩, 박스 테이프, 라벨지’ 같은
부자재 비용이 작지 않았다.
한 박스당 평균 단가가 5,000원인데, 배송과 포장에만 3,000원이 들었다.
실질적인 수익은 거의 없거나, 오히려 마이너스였다.

직거래 장터도 참여해봤다.
주말마다 농산물 플리마켓에 나가 텐트를 설치하고,
작물과 시식용 샘플을 준비해 나름 정성껏 운영했지만,
‘서울에서 왔어요’라는 말에 오히려 경계하는 반응을 받기도 했다.
또, 일반 고객들은 대형마트 가격과 비교하며 “왜 이렇게 비싸요?”라고 묻기도 했다.
정직하게 키운 작물에 대한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소비자와의 인식 차이도 분명 존재했다.

그렇게 한 해가 지났을 무렵,
내 수익은 마이너스 870만 원이었다.
단순히 노동력이 부족하거나, 작물이 잘못된 게 아니었다.
수익화 전략이 없었다. 유통의 무경험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기술과 경험의 차이 – 초보 농부의 무모한 도전

농사는 진심만으로 되지 않는다.
책에서 본 대로, 유튜브에서 본 대로 해보았지만
현장은 늘 ‘다른 조건’과 ‘변수’로 가득했다.

가장 많이 배운 건 실패를 통해서였다.
감자는 심는 깊이가 달라서 한쪽은 물러 터졌고,
고추는 가지치기를 안 해서 웃자라기만 하고 열매가 적었다.
수박은 벌이 오지 않아 수분이 되지 않았고,
심지어 키운 작물을 노루가 와서 싹 다 뜯어먹은 적도 있었다.
울타리를 제대로 치지 않았던 내 책임이었다.

이런 모든 상황은 ‘직접 겪어보지 않고선 알 수 없는 일’들이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고스란히 금전적 손실과 체력 고갈로 이어졌다.
초보 농부가 당연히 겪게 되는 시행착오라고 하기엔
그 대가가 너무 크고 치명적이었다.

또한 농기계 사용도 큰 장벽이었다.
경운기, 관리기, 비닐멀칭기, 물탱크, 방제기까지.
이런 것들은 다 돈이다.
중고로 사도 수백만 원이 들고,
고장이라도 나면 수리 기사도 쉽게 부를 수 없는 지역 특성상
시간과 비용이 동시에 빠져나갔다.

그렇다. 농사는 노동만 하면 되는 일이 아니다.
경험, 장비, 기술, 그리고 '예방'이 모든 걸 결정한다.

외로움과 체력 고갈 – 현실은 ‘버텨야 하는 싸움’이었다

귀농은 생각보다 정서적으로 고립된 삶이다.
혼자 밭일을 하다 보면 하루 종일 사람 목소리를 듣지 않는 날이 많다.
심지어 실패가 반복되면 자존감까지 무너진다.
“내가 이렇게까지 해서 뭘 얻고 있지?”라는 질문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었다.

몸은 점점 지쳐가고,
이웃들과의 교류는 잘 안 되고,
가족들은 “그만하고 올라와”라고 말하기 시작한다.
그때 느낀 감정은
‘삶을 일구는 게 아니라, 고립된 감옥에서 버티는 느낌’에 가까웠다.

도시에서 힘들어도 지하철 타면 사람이 있었고,
카페에 가면 누군가와 대화라도 할 수 있었는데
시골에서는 자연만 내 편이었다.
하지만 자연은 말을 걸지 않는다. 위로하지 않는다.

심지어 병이라도 나면 더 무섭다.
진료소 하나 없는 작은 마을,
아픈 몸으로 병원까지 40분 운전해 가야 한다는 건 생각보다 더 두려운 일이었다.
이 모든 상황은
‘혼자 모든 걸 감당해야 하는 현실’을 다시 직면하게 만들었다.

결국, 나는 2년 만에 농사를 접었다.
처음엔 부끄러웠지만, 지금은 솔직히 말할 수 있다.
“나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쉽게 농사를 시작했다.”

마무리하며.. 꿈만 보고 덤비지 마세요

귀농, 농사, 자연생활.
이 모든 단어는 낭만적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농사는 ‘진짜 사업’입니다.
그 어떤 업종보다도 진입장벽이 높고,
리스크는 실시간으로 쌓이며,
결과는 몇 개월 후에야 나옵니다.

농사를 망치면, 다시 시작하려면 또 1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그 점을 모르고 귀농을 결정하면
정말 큰 손해와 후회를 떠안게 될 수 있습니다.

농사를 시작하고 싶다면, 다음을 꼭 고려해보세요

✅ 최소 6개월 이상 체험 농장이나 농가에서 일해보기
✅ 유통 및 판매 루트부터 먼저 확보하기
✅ 지역 주민과의 관계를 천천히 맺으며 지역성 파악하기
✅ 농기계, 자재비, 소모품, 인건비에 대한 명확한 예산 확보
✅ 실패했을 때 다시 회복할 수 있는 재정적/정신적 안전장치 마련


농사는 위대하지만, 동시에 잔혹한 현실이기도 합니다.
땀을 흘린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는 일이 수없이 많습니다.
그래서 진짜 중요한 건 판단력과 준비, 그리고 유연한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