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소한 선택, 낯선 거리감의 시작귀촌을 결심했을 때 나는 단순히 ‘조용한 동네’에 살고 싶다는 바람을 품고 있었다. 도시의 고층 아파트에서 들려오는 층간소음, 새벽까지 울리는 스마트폰 알림, 복잡한 회의와 마감 속에서 하루를 쫓기듯 살아가던 내 삶은 어느새 지쳐 있었다. 그런 삶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적어도 시골에서는 내가 선택한 속도로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나는 그렇게 도시의 짐을 내려놓고, 외곽의 작은 마을에 정착했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아침이면 새소리에 눈을 뜨고, 밤이면 별이 보이는 마당에서 혼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삶. 하지만 곧 작고 보이지 않는 벽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마을회관 회의’였다. 처음 들었을 땐, 그냥 동네 어르신들끼리 자율적으로 모이는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