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가를 싸게 샀지만… 리모델링 비용이 3배 넘게 든 이유
헐값에 집을 샀다는 흥분 (폐가 구입의 시작)
귀촌을 결심한 후, 가장 먼저 찾아본 건 ‘전원주택 매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웬만한 신축 주택은 생각보다 가격이 너무 비쌌고,
그때 눈에 들어온 게 바로 “리모델링 전 폐가 매물”이었습니다.
‘20평 단독주택, 텃밭 포함, 900만 원.’
서울에서는 전세 보증금도 안 되는 가격에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니.
처음엔 사기인가 싶었지만, 직접 가서 보니 실존하는 집이었고,
실제로 거주했던 흔적이 있는 오래된 단층 주택이었습니다.
지붕은 다소 삐뚤어졌지만 뼈대는 괜찮아 보였고,
기초는 튼튼하다는 동네 어르신의 말에 마음이 동했습니다.
‘리모델링만 하면 멋진 주택으로 다시 태어나겠지’
그렇게 나의 첫 번째 귀촌 프로젝트는 폐가 매입으로 시작됐습니다.
그 당시 계산은 이랬습니다.
900만 원짜리 폐가 + 2,000만 원 리모델링 = 총 2,900만 원
이 정도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하지만 그것은 철저한 착각이었습니다.
예상과 현실은 다르다 (숨겨진 구조적 문제들)
처음 공사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분위기는 괜찮았습니다.
인테리어 업체와 간단한 디자인 스케치를 주고받고,
지붕 교체, 창호 교체, 단열 강화 등 리모델링 계획을 짰죠.
하지만 문제는 철거 작업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드러났습니다.
기초가 문제였습니다.
눈으로 보기엔 튼튼해 보였던 주택의 바닥 기초가, 실제론 습기와 균열로 엉망이었어요.
콘크리트 아래 흙이 많이 유실돼 있었고, 일부 벽면은 곰팡이와 흰개미 피해가 심각했습니다.
한마디로, 겉보기만 멀쩡했던 것이죠.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전기 배선은 1970년대 방식 그대로였고, 접지 시스템이 없어 전기공사를 아예 처음부터 새로 해야 했습니다.
배관 역시 PVC가 아니라 낡은 철 배관이었고,
하수구는 집 바깥으로 ‘직접’ 흘러나가는 구조로, 현대적인 방식과 전혀 맞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예산은 초과되기 시작했죠.
공사업체는 처음엔 “보강 수준이면 충분할 것”이라 했지만,
철거 후 검사에서 계속 문제가 터지며 추가 견적서가 쌓여갔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 견적서를 받으며 알게 되었습니다.
‘저렴하게 산 폐가가, 오히려 가장 비싼 집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리모델링 비용, 왜 3배 넘게 들었을까?
최초 예산은 2,000만 원.
하지만 최종적으로 리모델링에 들어간 비용은 무려 6,500만 원을 넘겼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예산이 부풀었을까요?
지금 돌이켜보면,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① 구조 점검 없이 성급히 계약한 실수
처음에는 겉만 보고 판단했습니다.
‘지붕이 있으니 멀쩡하다’, ‘창문만 바꾸면 되겠다’는 순진한 판단이었죠.
전문가의 구조 점검 없이 계약한 것이 최대 실수였습니다.
집은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부분이 더 중요하다는 걸, 철거 후 알게 되었어요.
② '부분 리모델링'에서 '전체 리빌딩'으로 변경
처음엔 내부만 바꾸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기초, 단열, 전기, 배관, 지붕, 벽면까지 문제 투성이였고,
결국 전체 철거 후 거의 새로 짓는 수준으로 공사가 커졌습니다.
③ 농촌 특성상 인건비 + 물류비 증가
시골은 자재를 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자재 배송에 추가 물류비가 붙었고,
기술 인력이 부족해 숙련된 인부를 외부에서 불러야 했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구조였죠.
거기다 예산을 줄이려다 중간에 업체를 바꾸는 과정에서 생긴 공정 지연과,
여기저기서 발생한 “이왕 하는 김에 이것도 하자”라는 판단이 결국 비용 폭탄을 불러왔습니다.
폐가 리모델링, 정말 가치 있는 선택일까?
완공된 집은 분명 만족스럽습니다.
단열도 뛰어나고, 내부 인테리어도 깔끔하게 마무리됐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남긴 교훈은 꽤 명확합니다.
“싸게 집을 사는 게 결코 싸게 짓는 건 아니다.”
처음부터 상태 좋은 주택을 샀다면, 어쩌면 리모델링은 1/2 수준으로 끝났을지도 모릅니다.
폐가의 가격은 싸지만, ‘수리 비용이 집값을 초과하는 일’은 생각보다 흔합니다.
또한 폐가 리모델링은 시간, 체력, 판단력, 그리고 감정적 여유가 필요합니다.
계속되는 변수 속에서도 ‘이 집을 완성시키겠다’는 집요함 없이는 끝을 보기 어렵습니다.
업체와의 갈등, 공정 지연, 예산 부족 등 현실적 문제들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리모델링을 하기보다 신축 소형 주택을 짓는 편이 더 경제적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모든 실수를 통해 얻은 경험은, 앞으로 어떤 집을 선택하든 훨씬 더 신중하고 똑똑한 판단을 할 수 있게 해줄 거라 믿습니다.
마무리하며.. 폐가 리모델링, 시작 전 꼭 점검할 것들
혹시 지금 폐가를 저렴하게 사서 리모델링을 꿈꾸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다음의 점검 리스트를 꼭 기억하세요:
- 전문가의 구조 진단을 반드시 받은 후 계약할 것
- 리모델링이 아닌 신축 수준의 예산도 고려해둘 것
- 배관/전기/단열 등 눈에 안 보이는 공정이 전체 비용의 50% 이상임을 감안할 것
- “이왕 하는 김에”라는 유혹을 관리할 것
- 지역 특성에 따른 인건비 및 물류 비용을 미리 계산해둘 것
폐가는 분명 매력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싸게 산다’는 말 뒤에는 반드시 고비용의 가능성이 숨어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현실을 잘 이해하고 준비한다면, 폐가도 충분히 멋진 공간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준비 없이 접근하면, 그건 ‘집’이 아니라 골칫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