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는 당연했던 것들이 사라진 삶 – 불편한 귀촌 생활
도시를 떠나면 얻는 것만 있을 줄 알았다
바쁜 출근길, 정체된 도로, 하루에도 수십 번 울리는 알림음.
도시의 일상은 늘 빠르게 돌아가고, 어느 순간부터는 그 속도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지치는 삶이었다.
나 역시 그 속에 묻혀 살았다. 그러다 문득 드는 생각.
“조금 더 단순하게, 조금 더 조용하게 살고 싶다.”
그 한마디로 시작된 게 바로 ‘귀촌’이었다.
각종 매체에서는 시골살이의 낭만을 전했다.
텃밭에서 직접 기른 채소, 조용한 숲길 산책, 이웃과 나누는 따뜻한 정.
분명 그것도 현실이긴 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보다 훨씬 더 다양했고, 특히 도시에서 ‘당연했던 것들’이 하나둘씩 사라질 때, 나는 처음으로 진짜 불편함을 마주하게 되었다.
귀촌은 단순히 주소를 옮기는 것이 아니었다.
도시에선 너무 당연했던 것들이 하나씩 빠져나가자, 그 공백이 생각보다 훨씬 깊고 날카롭게 느껴졌다.
너무나 당연했던 편의시설과 인프라의 부재
귀촌 후 가장 먼저 마주한 현실은 바로 ‘편의성의 붕괴’였다.
도시에선 마트나 편의점이 집 앞에 있었고, 배달 앱 하나면 어떤 음식도 30분 안에 도착했다.
택배는 아침에 주문하면 다음 날 도착했고, 은행 일도 모두 스마트폰으로 해결 가능했다.
하지만 귀촌 후 이 모든 ‘당연함’은 하나둘씩 깨지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음식 배달.
앱을 켜보면 선택할 수 있는 가게가 두세 개에 불과했다.
심지어 거리는 가깝지만 ‘배달 불가 지역’이라는 안내가 뜨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결국 배달을 포기하고 직접 차를 몰고 나가거나, 마을 이장님이 알려준 ‘현지 번호로 전화해야 배달해주는 분식집’을 이용해야 했다.
또 하나는 인터넷.
속도도 느리고, 끊김도 많았다.
영상 회의 도중 화면이 멈추거나, 유튜브가 자주 버퍼링에 걸리는 경험은 일상이 됐다.
도시에서는 당연했던 온라인 수업, 재택근무, 실시간 콘텐츠 소비가 이곳에선 ‘불가능하진 않지만 꽤나 불편한 일’이 되었다.
그리고 이동의 문제도 있었다.
버스는 하루에 몇 번 없었고, 마을 앞 정류장은 걸어서 20분.
차가 없다면 어디든 가기 힘든 구조였다.
도시의 ‘24시간 열린 도시’와는 정반대의, 시간도 공간도 느리게 흘러가는 세계.
그 속에서 나는 한 번 더 실감했다.
귀촌은 단순히 공기 좋은 곳으로 가는 게 아니었다.
도시의 기본값이었던 ‘접근성’과 ‘속도’를 내려놓는 일이었다.
사라진 관계, 느껴지는 거리감 – 사회적 고립이라는 불편
편의시설과 인프라의 문제보다 더 깊은 불편함은,
사람과의 거리에서 시작된 외로움이었다.
도시에서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누군가와 가볍게 눈인사를 나누거나, 동네 카페에서 단골 바리스타와 수다를 떨곤 했다.
가까운 친구들이 있어 주말마다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귀촌한 이후, 그런 ‘자연스러운 관계들’은 완전히 사라졌다.
처음엔 마을 어르신들과 인사를 나누고, 반찬을 나누며 작은 정을 느꼈다.
하지만 나와 최소 30년 이상의 세대차가 나는 그들과의 관계는, 어디까지나 ‘이웃’의 관계였다.
대화의 주제도, 관심사도, 표현 방식도 너무 달랐다.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 이야기를 할 수도 없었고, 일에 대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상대도 없었다.
결국 대화는 점점 줄었고, “어차피 말해도 못 알아들을 거야” 하는 생각이 나를 입 다물게 만들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말수가 줄어들고, 어느 순간부터는 일주일 넘게 사람 목소리를 듣지 않고 지내는 날도 생겼다.
사람은 결국 사회적 동물이었다.
관계 속에서 위로를 받고, 연결감 속에서 자존감을 키워간다.
그런데 귀촌 이후 나는 사회로부터 천천히 분리되고 있었다.
누구도 나를 찾지 않고, 나 역시 누구를 찾지 않게 되는 고립의 일상.
자연은 아름다웠지만, 사람 없는 그 자연은 때로 너무 외로웠다.
낭만과 현실 사이, 귀촌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이유
물론 귀촌의 장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자연의 위로, 바람과 햇살이 주는 치유의 감각,
그리고 과도한 소비나 경쟁 없이 나만의 삶을 천천히 그려갈 수 있는 환경.
하지만 그 이면엔 분명한 대가가 있다.
당연했던 모든 것들을 하나씩 포기해야 하는 삶이다.
편의점 3분 거리? 없다.
친구들과 맥주 한잔? 어렵다.
인터넷 속도, 대중교통, 문화시설, 최신 서비스…
이 모든 것이 도시에서는 숨 쉬듯 누릴 수 있는 기본이었지만,
귀촌에선 그것들을 다시 ‘노력해서 만들어야만’ 한다.
귀촌을 ‘도피’처럼 선택해선 안 된다.
그건 쉽게 실패로 이어진다.
귀촌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삶의 방식을 완전히 바꾸는 큰 결심이었다.
나는 지금도 귀촌과 도시를 오가며 그 균형을 고민 중이다.
자연의 고요와 사람의 온기 사이, 나에게 맞는 삶의 온도를 아직도 천천히 조율 중이다.
마무리하며.. 귀촌을 꿈꾸는 이들에게 전하는 현실 조언
귀촌, 낭만만 보고 결정하지 마세요.
도시에서는 ‘기본’이었던 것들이 사라졌을 때, 나 자신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 꼭 스스로에게 물어보길 바랍니다.
실제로 귀촌한 많은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합니다.
“자연은 좋지만… 사람과 문화가 그립다.”
“편하게 살고 싶었는데, 오히려 불편이 더 많다.”
귀촌을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단순히 ‘시골에 살아보고 싶다’는 감정보다,
그곳에서 실제 삶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합니다.
자연을 선택하는 대신, 무엇을 잃게 되는지
그리고 그걸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 꼭 점검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