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귀촌에서 배운 진짜 준비 리스트 10가지
실패한 귀촌, 돌아보면 모든 게 준비 부족이었다
귀촌이라는 단어에는 언제나 이상향이 묻어 있다.
빽빽한 빌딩 대신 초록빛 논밭이 펼쳐지고, 새소리와 바람 소리로 하루를 시작하는 전원생활. 많은 이들이 도심의 소음과 경쟁에서 벗어나기 위해 귀촌을 선택한다.
하지만 나는 그 길에서 한 번의 명확한 실패를 경험한 사람이다.
귀촌을 단순히 “도시가 싫으니 떠나자”는 감정적인 결정으로 시작했고, 그 대가로 예상치 못한 비용, 외로움, 불편함, 소외감, 그리고 다시 도시로 돌아오는 과정을 겪었다.
귀촌 자체가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문제는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극명히 갈린다는 것이다. 실패한 경험 속에서 뼈저리게 깨달은 사실은, 귀촌은 삶의 방식 전체를 바꾸는 결정이며 그에 걸맞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 글에서는 내가 직접 겪은 실패를 바탕으로, 귀촌을 결심하기 전에 반드시 준비해야 할 리스트 10가지를 정리했다.
현장 경험자만이 말할 수 있는, 책에 없는 준비 리스트를 통해 예비 귀촌자들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1~3번 리스트: 귀촌 전 반드시 점검해야 할 현실적 요소들
귀촌을 결심한 순간, 대부분의 사람은 ‘어디로 갈지’, ‘어떤 집을 구할지’부터 고민한다.
하지만 실패를 경험한 입장에서 말하자면, 그보다 먼저 체크해야 할 세 가지 요소가 있다.
① 수입원 유지 가능 여부
귀촌 후에도 현재 수입 구조가 그대로 유지될 수 있는가?
나는 프리랜서였지만 시골의 인터넷 속도와 환경은 예상을 훨씬 벗어났다. 마을 잔치나 행사로 인해 작업 시간을 확보하기도 어려웠다. 실제 귀촌 후 수입이 40% 가까이 줄었다.
귀촌 전에 반드시 원격근무 테스트를 그 지역에서 해보고, 수입 공백이 생겼을 때의 대응책을 마련해둬야 한다.
② 생활 인프라 거리
집값만 보고 너무 외곽을 선택하면 병원, 마트, 은행, 약국, 택배 수령, 차량 정비 등 기본 생활을 유지하는 데 큰 어려움이 생긴다. 나는 마트까지 왕복 1시간 거리였고, 비 오는 날엔 도로 사정이 안 좋아 집에만 있어야 했다.
생활 반경 30분 내에 모든 인프라가 갖춰졌는지 확인하고, 없는 경우 대체 수단까지 점검해야 한다.
③ 차량 및 면허 준비
시골에서는 대중교통이 거의 없거나, 하루에 한두 번뿐이다.
나는 귀촌 직후까지도 운전이 서툴렀고, 결국 매번 남에게 부탁하거나 걸어 다녀야 했다. 자가용 없이 시골에서의 삶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귀촌 전 반드시 차량을 확보하고, 운전에 익숙해지는 연습이 필요하다.
결론 요약:
수입, 생활 반경, 교통수단이라는 3가지 기본축을 확보하지 않고 귀촌을 시작하면 높은 확률로 3개월 이내에 후회하게 된다.
4~6번 리스트: 귀촌 집은 ‘가격’보다 ‘상태’가 중요합니다
귀촌에서 가장 큰 착각은 "시골 집은 싸니까 좋다"는 생각이다.
나 역시 ‘전세금 200만 원’이라는 말에 혹해서 입주했지만, 그 집은 10년 넘게 비어 있던 노후 주택이었다.
④ 주택 구조 및 단열 상태
시골 주택은 단열, 방수, 보일러 상태가 매우 중요하다. 겨울에 외풍이 너무 심해서 난방비가 월 40만 원이 넘었고, 장마철엔 천장에서 물이 샜다. 집값이 싼 만큼 수리비는 예산의 2~3배까지 뛰어오를 수 있다.
직접 겨울에 ‘하룻밤 체험’을 해보거나, 전문가에게 상태 진단을 받아야 한다.
⑤ 상하수도·전기·통신 설비 확인
도시에서는 당연한 상하수도, 정화조, 통신망이 시골에서는 연결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 특히 비가 오면 물이 안 내려가거나, 정화조가 넘쳐서 악취가 심했던 경험도 있었다.
또한, 일부 지역은 인터넷 설치조차 불가능해 업무에 지장을 초래했다.
⑥ 주택 주변 환경 점검
주변에 농약을 뿌리는 밭이 많다면 건강에도 영향을 준다.
가축을 키우는 농장이 가까우면 여름철 냄새와 파리 문제도 심각하다. 실제로 내가 살던 집은 뒤뜰과 인접한 축사에서 냄새가 심했고, 이로 인해 결국 이사할 수밖에 없었다.
결론 요약:
싸고 외진 시골집보다는, 비싸더라도 상태 좋고 관리된 주택을 선택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비용 효율적이다.
7~8번 리스트: 사람 없는 곳을 택하면 반드시 외로움이 온다
귀촌을 결정할 때 많은 사람들이 ‘조용한 곳’을 선호한다. 나 역시 인간관계에 지쳐 고립을 원했지만, 그 선택은 가장 큰 실수였다.
⑦ 마을 커뮤니티 적응 가능성 확인
시골은 공동체 문화가 강하다. 마을 청소, 공동 작업, 명절 행사, 마을회 회의 등이 빈번하게 열린다. 외지인이 참여하지 않으면 비공식적으로 소외되기 쉽다.
나는 이런 공동체 활동이 부담스러워 회피했지만, 결국 정보도 지원도 받지 못하고 외로움에 지쳤다.
⑧ 주변 ‘말 통하는 사람’ 존재 확인
마을에 40~50대가 거의 없고, 연세 많은 어르신만 있는 경우 의사소통의 벽이 크다.
소소한 생활 정보부터 마을 운영까지 모두 ‘말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데, 문화 차이와 언어 습관이 너무 달라 적응이 어려웠다.
가능하면 자녀를 둔 젊은 가구가 있는 마을을 선택하고, 예비 이웃과 사전 교류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결론 요약:
사람이 없어서 편할 거라는 환상은 결국 ‘고립’이라는 현실로 돌아온다. 조용함보다 소통 가능한 커뮤니티가 귀촌에서는 훨씬 중요하다.
9~10번 리스트: ‘왜 귀촌하는가’를 끝까지 붙잡아야 한다
귀촌은 ‘인생을 리셋하는 기회’일 수 있지만, 그만큼 방향성을 잃기 쉽다.
귀촌 초기에는 새로운 환경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만,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게 불편하고 낯설게 다가오기 시작한다.
⑨ 귀촌 목적 구체화
내가 왜 귀촌하려는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단순히 도시가 싫어서? 조용한 곳에 살고 싶어서? 그 이유만으로는 오래 버티기 어렵다.
나는 목적 없이 떠났고, 현실의 불편함에 하나씩 지쳐갔다. ‘나는 이 마을에서 어떤 삶을 꾸릴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이 필수다.
⑩ 1년치 계획표 및 실패 대비 시나리오
귀촌 후 1년 동안 무엇을 하며 살 것인지, 수입과 지출은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실패했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까지 미리 시나리오를 짜둬야 한다.
나는 이런 계획 없이 출발했고, 결국 예비비가 바닥났고 되돌아올 때 큰 위약금까지 감수해야 했다.
결론 요약:
귀촌의 방향이 흔들리면, 작은 불편함도 견디기 어렵다. 목적과 계획은 귀촌이라는 항해의 ‘나침반’이다.
마무리 정리: 실패 경험이 알려주는 가장 확실한 준비 방법
귀촌은 단순한 이사가 아니라 ‘삶의 재설계’다.
도시의 불편함을 피하려는 감정만으로 선택하기엔, 시골의 현실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나는 실패한 경험을 통해 귀촌의 핵심은 로망이 아닌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준비’라는 점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이 글에 담긴 10가지 준비 리스트는 단순한 체크리스트가 아니라, 귀촌을 안전하게 시작하고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생존 전략이다.
귀촌을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이 리스트가 든든한 나침반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