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 예산 짜기, 생각보다 훨씬 많은 돈이 듭니다
귀촌에 필요한 건 땅이 아니라 ‘돈’입니다
도시를 떠나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나 자영업 형태가 늘어나면서, 전원생활이나 귀촌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시골에서 자급자족하며 살겠다는 로망, 텃밭을 가꾸고 새소리를 들으며 아침을 맞는 삶. 생각만 해도 마음이 평온해진다.
하지만 귀촌을 준비하면서 반드시 마주하게 되는 현실이 있다. 바로 ‘돈’이다.
많은 사람들이 귀촌을 ‘도시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대안’으로 생각한다. 월세가 없거나 낮고, 식비도 줄고, 단출한 삶을 꾸릴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귀촌에는 예상치 못한 비용이 수없이 발생하고, 잘못된 판단 하나가 수백만 원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실제 귀촌 경험과 전국 지자체 자료, 귀촌 실패 사례를 기반으로, 귀촌 예산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항목들과 놓치기 쉬운 지출 항목들을 정리했다.
귀촌은 ‘절약’이 아니라 ‘계획’이 필요한 삶이다. 지금부터 소개할 내용을 바탕으로 예산 계획을 세운다면, 불필요한 비용 지출을 줄이고 보다 안정적으로 귀촌 생활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주거비용: “빈집”이라도 비용이 폭탄처럼 터집니다
귀촌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고려하는 건 ‘어디서 살 것인가’이다.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해보면 “귀촌용 빈집 임대”, “전원주택 매매 1,000만 원” 등 놀라울 정도로 저렴한 시골 주택 정보들이 쏟아진다. 겉보기에 싼 집 하나 구하면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 집을 살 수 있는 조건과 유지비가 문제다.
우선, 저렴한 시골 주택은 대부분 노후 주택이다. 오래 방치된 집은 기본적인 정비조차 되어 있지 않으며, 입주 전에 보수 공사 비용이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들어간다.
도배, 장판, 전기 배선 교체, 누수 수리, 화장실 공사, 단열 보강 등은 기본이다. 또한 일부 시골 주택은 상수도가 아니라 지하수 기반인 경우도 있어 수도시설 자체를 손봐야 할 수도 있다.
또 하나 간과하기 쉬운 부분은 난방비다. 오래된 집은 보일러 효율이 매우 떨어지며, 난방 설비가 구식일 경우 교체까지 고려해야 한다. 겨울철에는 도시보다 기온이 훨씬 낮아 도시보다 난방비가 더 많이 나오는 경우도 많다.
✔️ 예산 예시: 시골 노후 주택 입주 시 예상 주거비용
- 집 임대료(연): 100만~300만 원
- 입주 전 리모델링: 500만~1,500만 원
- 보일러 및 단열 공사: 300만~600만 원
- 가구 및 가전 세팅: 200만~500만 원
또한, 소유보다는 임대를 선택하더라도 계약 조건이나 지자체 보조금 지원 조건이 까다로울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사전 조사와 현장 방문이 선행되어야 한다.
결론: ‘집만 구하면 된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귀촌 주거는 ‘주택 상태+수리비+운영비’까지 합쳐서 예산을 계산해야 현실에 가깝다.
생활비: 도시보다 싸지 않습니다, 항목이 다를 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시골에서는 생활비가 적게 든다고 믿는다. 실제로 일부 항목은 줄어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외식비, 문화생활비, 유흥비 등은 줄어들 수 있지만, 그 외의 항목은 생각보다 절감되지 않는다. 오히려 일부 지출 항목은 더 늘어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증가하는 항목은 교통비다. 시골에서는 대중교통이 불편하거나 사실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자가용이 필수다.
운전 경험이 없는 사람도 차를 구매해야 하고, 두 대 이상이 필요한 가정도 많다. 연료비, 자동차세, 보험료, 정비비용까지 모두 개인이 감당해야 한다. 또 하나 간과하기 쉬운 것이 인터넷/통신 요금이다. 일부 지역은 광랜이나 5G 커버리지가 약하고, 특정 통신사만 가능한 경우도 있다. 결과적으로 원하는 서비스를 받기 위해 더 비싼 요금제를 선택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농촌에서는 잡비도 많다. 갑작스럽게 농기구를 사야 할 수도 있고, 비닐하우스나 퇴비, 각종 자재 비용이 생길 수 있다. 심지어 마을 행사 참여비, 공동작업 회비, 회식비, 기부금 등 마을공동체에 참여하면서 발생하는 간접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 예산 예시: 월별 예상 생활비(2인 기준)
- 식비 및 생필품: 40만~60만 원
- 자동차 관련비(연료, 보험): 20만~30만 원
- 통신/인터넷: 8만~15만 원
- 각종 마을회비/회식 등: 5만~10만 원
- 농자재, 기타 비정기 비용: 변동폭 큼 (월 평균 10만~30만 원)
결론: 귀촌은 ‘소비 항목’이 바뀌는 것이지, 비용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생활비를 도시보다 적게 예상하면 절대 안 된다.
초기 정착 비용: 생각보다 큰 목돈이 필요합니다
귀촌에서 가장 준비가 부족한 부분 중 하나는 초기 정착 비용이다. ‘이사’만 생각하고 예산을 짜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새로운 삶의 기반을 다지는 데 생각보다 많은 돈이 들어간다.
우선 이사 비용부터가 만만치 않다. 시골 지역은 택배도 배달이 힘든 곳이 많기 때문에 이삿짐 차량의 추가 요금이 발생할 수 있다. 1톤 또는 5톤 트럭 기준으로 장거리 이동 시 100만 원 이상이 기본이다.
그다음은 생활 인프라 구축 비용이다. 도시에서는 당연히 제공되던 가전·가구가 시골에서는 처음부터 구매해야 할 수 있다. 특히 월세가 아닌 빈집을 구한 경우, 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 전기레인지, 난방기기 등 모든 걸 새로 사야 할 수도 있다.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항목은 ‘시간 비용’이다. 시골 생활 적응에는 시간이 걸리며, 그동안 경제 활동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 기간을 버틸 수 있는 생활비 여유 자금 3~6개월치 확보는 필수다.
✔️ 예산 예시: 초기 정착 시 목돈 항목들
- 이사 비용: 100만~200만 원
- 가전 가구 세팅: 300만~800만 원
- 인터넷/TV 설치비: 10만~30만 원
- 농기구 초기 세팅: 100만~300만 원
- 생활 자금 여유분(3개월): 최소 300만~500만 원
결론: 귀촌은 ‘이사’가 아니라 ‘인프라 구축’이다. 주거 외에도 초기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합쳐서 1,000만 원 이상을 반드시 준비해야 현실적인 출발이 가능하다.
변수 비용: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준비가 생존을 좌우합니다
귀촌을 하다 보면, 미리 계획하지 못한 변수들이 반드시 발생한다. 이 변수에 얼마나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가 결국 귀촌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다.
가장 흔한 변수는 건강 문제다. 시골은 병원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작은 질병이나 사고에도 비용이 많이 들 수 있다. 특히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소아과나 응급실 접근성은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된다.
다음으로 자녀 교육 문제도 변수다. 일부 귀촌 가정은 시골에 학교가 없어 도시로 다시 통학하거나, 기숙사/학원비가 추가되는 경우도 있다.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활용하려 해도 인터넷 환경 문제로 제약이 생길 수 있다.
또 다른 변수는 기후와 자연 환경이다. 폭설, 집중호우, 야생동물, 벌레 등 도심에서는 겪을 수 없었던 문제들이 때때로 발생하며, 그때마다 임시 대응 비용이 발생한다. 배수로 공사, 지붕 보수, 전기 배선 긴급 수리 등은 계획에 없던 지출이지만 필수인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심리적 비용도 생각해야 한다. 적응하지 못해 다시 도시로 돌아가게 되는 경우, 재이사, 위약금, 집 비워두기 등으로 다시 큰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 예산 확보 팁
- 비상금 통장: 500만 원 이상 별도 준비
- 의료비 및 보험: 추가 보장형 보험 검토
- 재귀도시 비용: 임대 계약 해지 위약금 고려
- 농지/주택 관련 법적 문제 대비금 마련
결론: 귀촌은 ‘예측 불가능한 삶’을 일부 받아들이는 것이다. 변수 대응 자금이 없다면, 귀촌은 위기 앞에서 무너질 수 있다.
마무리 정리: 귀촌 예산, 감정이 아닌 수치로 접근하라
귀촌은 단순한 이사가 아니다. 주거, 생활, 수입, 건강, 심리 모든 것이 바뀌는 총체적인 삶의 이동이다. 이 변화를 감당하려면 반드시 ‘감정’이 아닌 ‘수치’로 준비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귀촌에 실패하는 이유는 ‘적게 쓰면 되겠지’라는 착각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다.
이번 글에서 소개한 주거 비용, 생활비, 초기 정착비, 변수 대응비용을 모두 고려하여 최소 2,000만 원 이상의 예산을 사전에 확보하는 것이 안전하다. 귀촌을 준비하는 누구라도, 오늘부터 바로 예산표를 작성하고 현실적인 계획을 세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