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귀촌 실패 사례

귀촌, 이것부터 점검하지 않으면 무조건 후회합니다

밤하늘콩이 2025. 7. 5. 21:43

귀촌의 현실은 ‘낭만’보다 ‘점검’에서 갈린다

도시의 삶에 지친 사람들이 점점 더 귀촌을 꿈꾸는 시대다. 시끄럽고 바쁜 도심을 떠나 조용한 자연 속에서 삶의 속도를 늦추고 싶어하는 마음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근무가 늘어나면서, 이런 흐름은 더욱 뚜렷해졌다.

그러나 문제는 귀촌이 ‘이사만 하면 끝나는 단순한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귀촌은 단순히 집만 옮기는 것이 아니라, 삶의 시스템 전체를 새롭게 구축하는 과정이다.

많은 사람들이 막연한 기대감과 감정적인 결정으로 귀촌을 선택한 뒤, 현실과 부딪히고 결국 도시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필자 역시 귀촌을 경험한 뒤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도시로 복귀했던 경험이 있다.

이 글에서는 그 실패 경험과 수많은 귀촌 사례들을 바탕으로, 귀촌을 계획할 때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점검 포인트들을 4가지 핵심으로 정리했다. 이것들만 제대로 준비해도 실패 확률을 70% 이상 줄일 수 있다. 귀촌은 충동이 아니라 ‘계획’이다. 이 글이 누군가의 인생 전환점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지역 선택, ‘가격’보다 ‘생활 반경’을 봐야 합니다

귀촌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어디로 갈까?’라는 고민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공인중개 사이트나 귀촌 정보 카페에서 저렴한 빈집이나 시골 전원주택을 찾아본다. 가격이 싼 곳에 끌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여기서 많은 귀촌 희망자들이 처음으로 큰 실수를 한다.

귀촌에서 집값보다 중요한 건 ‘생활 반경’이다.

한 마디로, ‘그 지역에서 내가 일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가’를 판단하는 것이 핵심이다. 나 역시 저렴한 임대가 매력적인 외곽 마을을 선택했었다. 처음에는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에 만족했지만, 금방 불편함이 시작되었다. 가장 가까운 슈퍼마켓이 차로 30분 거리였고, 병원이나 약국은 읍내까지 나가야 했다.

은행 업무, 인터넷 문제, 차량 수리, 생필품 구매, 택배 수령까지—도시에서는 일상이던 것들이 시골에선 ‘프로젝트’가 되어버린다. 특히 혼자 살거나 아이를 키우는 경우라면 응급상황 대응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사회적 거리감’이다. 서울에서 살다 보면 누군가를 만나거나 취미생활을 하는 것이 어렵지 않지만, 시골에서는 이러한 인간관계 유지가 거의 불가능하다. 정기적인 교류가 필요한 사람일수록 지나치게 외곽진 마을보다는 접근성이 있는 지역을 선택해야 한다.

점검 체크리스트

  • 응급 병원까지 거리: 30분 이내인가?
  • 대형마트 or 생필품 구매처: 20분 이내 접근 가능 여부
  • 인터넷/통신 품질 확인: 현장 체험 필수
  • 도로 상황: 겨울철 눈길, 비포장도로 여부
  • 택배/우편 서비스 가능 여부

결론: 저렴한 집보다 ‘살기 위한 조건’을 먼저 점검하라. 귀촌은 주택이 아니라 생활권을 옮기는 것이다.

 

귀촌 실패자가 말하는 귀촌 전 체크리스트

수입원 없으면 귀촌은 절망의 시작입니다 

귀촌이 낭만으로만 그려질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돈’ 때문이다. 시골이라고 해서 무료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생활비가 제로가 되는 것도 아니다. 가장 큰 착각은 "도시보단 돈 덜 들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다.

시골의 고정비 지출은 의외로 만만치 않다. 수도광열비, 자동차 유지비, 농기구 구입, 집 수리비, 보험료 등 기본적으로 나가는 돈이 적지 않다. 오히려 자가 운전이 필수인 지역일수록 도시보다 교통비가 더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수입원’이다. 도시에서는 퇴근 후에 알바를 하거나, 플랫폼 노동(배달, 퀵, 택배) 등으로라도 어느 정도 수입을 만들 수 있었다. 시골은 일자리가 매우 제한적이며, 특히 외지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더 좁다.

나의 경우 온라인 프리랜서 일에 의존했지만, 시골에서는 인터넷 환경이 불안정했고, 마을 일에 시간을 뺏겨 집중하기 어려웠다. 결국 수입은 줄고, 생활비는 계획보다 더 많이 들면서 귀촌의 스트레스는 오히려 커졌다.

귀촌 전에 ‘1년 동안 수입 없이 버틸 수 있는 자금’이 준비되어 있거나, 안정적인 원격 근무 기반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절대 무계획한 귀촌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점검 체크리스트

  • 현재 수입원은 귀촌 후에도 유지 가능한가?
  • 지역 내 부업 혹은 일자리 탐색은 해봤는가?
  • 귀촌 후 최소 1년 버틸 생활자금이 있는가?
  • 인터넷 환경 및 업무 공간 확보 여부

결론: 귀촌 전 반드시 ‘지속 가능한 수입 구조’를 확보하라. 귀촌은 돈이 덜 드는 삶이 아니라, 수입 구조를 다시 짜야 하는 삶이다.

인간관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도시 생활에서 피로한 인간관계에 지쳐 귀촌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다. "시골에서는 조용히, 나 혼자만의 삶을 살 수 있겠지"라는 환상이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와 정반대일 수 있다.

시골은 도시보다 훨씬 더 ‘공동체 중심’이다. 마을 회의, 경로잔치, 공동작업, 청소, 농사 일정 등 마을 단위의 활동이 일상이다. 처음엔 ‘의무는 아니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참여하지 않으면 어느새 ‘튀는 외지인’으로 인식되기 쉽다.

귀촌 초기에는 대부분 이웃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쓰레기 배출 방법, 지자체 공지사항, 비상상황 등 다양한 정보가 비공식적인 채널(구두 전달)을 통해 오가기 때문이다. 이 관계에 소외되면, 정보도 도움도 받기 어려워진다.

또한, 나이든 주민들이 많은 마을에서는 세대 차이로 인한 문화적 충돌도 발생할 수 있다. 나의 경우 음악 소리, 반려동물, 인터넷 사용 등에서 사소한 갈등이 누적되었다. 결국, 심리적 고립감이 점점 커졌고, 그것은 도시로 돌아오게 된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가 되었다.

점검 체크리스트

  • 마을회 참석 의무 여부 파악
  • 이웃 관계 맺는 방법에 대한 정보 확보
  • 커뮤니티 성향: 외지인에게 우호적인가?
  • ‘혼자서 조용히 살겠다’는 생각이 얼마나 현실적인가?

결론: 시골에서의 고립은 정신적인 피로감을 야기한다. 인간관계는 귀촌에서 반드시 준비해야 할 생존 요소다.

‘왜 귀촌하는가’를 명확히 하라

귀촌을 고민할 때,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나는 왜 귀촌을 하려는가?"다. 이 질문에 명확하게 답할 수 없다면, 귀촌은 장기적으로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많은 사람들이 도시 생활의 피로함을 회피하기 위해 귀촌을 결정한다. 나 역시 그러했다. 복잡한 출퇴근, 반복되는 인간관계, 과도한 경쟁…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었다. 하지만 피하기 위한 귀촌은 오래 가지 못한다. 현실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귀촌이 성공하려면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예를 들어 농업 창업, 자녀 자연교육, 자급자족 생활 실험, 창작 활동, 노후 준비 등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 목표가 흔들릴 수 없을 정도로 내면화되어 있을 때만 귀촌의 어려움을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내가 귀촌한 당시에는 "일단 떠나고 보자"는 생각이 강했다. 그러나 한 달, 두 달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삶이 공허해졌고, 왜 여기에 있는지에 대한 해답이 사라지자 도시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귀촌은 여행이 아니라, 인생의 방향성 변경이다. 막연한 동경이나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의 삶의 방향과 맞물려 있는지 반드시 점검하라.

점검 체크리스트

  • 나의 귀촌 이유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 이 목표를 시골에서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가?
  • 1년, 3년, 5년 후의 내 삶을 상상해봤는가?
  • 이 선택이 단기 회피인지, 장기 전략인지 점검하기

결론: 귀촌은 ‘도망’이 아니라 ‘전략적 선택’이어야 한다. 그 이유가 분명할수록 실패 가능성은 낮아진다.

마무리: 귀촌은 전환이자 재설계다

귀촌은 로맨틱한 선택이 아니다. 도시에서 겪었던 피로감과 완전히 다른 종류의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철저히 준비하고, 자신만의 방향성을 지닌 사람에겐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안정감과 만족감을 줄 수도 있다.

위에서 소개한 4가지 항목, ‘지역’, ‘수입’, ‘관계’, ‘목적’은 귀촌을 결심하기 전에 반드시 점검해야 할 핵심이다. 이 점검 없이 선택하는 귀촌은 대부분 후회로 끝난다. 이 글이 당신의 선택에 현실적 기준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