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도시로 돌아온 내가 말하는 귀촌 준비 노하우
귀촌은 ‘탈출’이 아니라 ‘전략’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도시의 빠른 속도와 치열한 경쟁에서 벗어나고자 귀촌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SNS에서는 전원주택을 짓고, 닭을 키우고, 텃밭을 가꾸는 낭만적인 삶의 모습들이 많이 공유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런 삶을 꿈꾸며 도시를 떠난다. 나 역시 그랬다.
도시의 소음과 반복되는 업무에 지친 나는 시골의 고요함과 여유로움을 기대하며 귀촌을 선택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다시 도시로 돌아왔다. 실패였다.
귀촌이 항상 실패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충분한 정보와 철저한 준비 없이 "도시가 싫어서 떠나는 것"만으로는 성공적인 귀촌을 하기 어렵다. 도시에서의 삶이 답답하다고 느껴질 때, 우리는 쉽게 ‘시골이 해답일 것’이라는 환상을 갖게 된다. 하지만 시골에도 현실은 있다. 거기에도 인간관계가 있고, 생계가 있으며, 변화에 대한 적응이 필요하다.
이 글은 귀촌을 한 번 시도해보고 다시 도시로 돌아온 사람의 입장에서, 실패한 이유를 바탕으로 예비 귀촌자들에게 꼭 필요한 준비 노하우를 정리한 것이다.
단순한 경험담이 아니라, 직접 부딪혀본 현실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작성했기 때문에, 귀촌을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현실적인 ‘생계’ 계획 없이는 실패 확률 90%
귀촌을 꿈꾸는 사람들 대부분은 ‘생활비가 적게 들 테니, 적은 수입으로도 버틸 수 있겠지’라는 기대를 갖는다. 실제로 나도 그랬다. 나는 온라인에서 소소하게 수입을 얻고 있었고, 시골에 가면 생활비가 확 줄어들 테니 그 정도 수입으로도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큰 착각이었다.
시골이라고 해서 기본적인 생활비가 그렇게 낮지는 않다. 전기료, 수도료, 자동차 유지비, 인터넷 등 필수 고정비는 도시와 큰 차이가 없으며, 오히려 일부는 더 비쌀 수도 있다. 특히 자동차는 거의 필수이기 때문에 차량 유지비는 오히려 더 높게 책정되어야 한다.
또한, 내가 기대했던 온라인 수입도 예측처럼 꾸준하지 않았다. 네트워크 상태가 불안정할 때도 있었고, 무엇보다 시골에서는 생각보다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잡초 제거, 쓰레기 분리, 잡일, 이웃과의 교류 등으로 하루가 금세 지나갔고, 앉아서 집중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귀촌 전에 ‘월 얼마까지 벌 수 있는가?’가 아니라 ‘수입원이 얼마나 안정적인가?’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일자리도 제한적이며, 대도시처럼 다양한 알바나 계약직이 있는 것도 아니다.
팁: 귀촌 전에 반드시 1년간의 생계비 예상표를 만들어보고, 거기에서 실제 가능한 수입을 맞춰본 후 결정해야 한다. 무턱대고 ‘적게 쓰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면 위험하다.
사람 관계는 어디서든 피할 수 없다
귀촌의 환상 중 하나는 "시골에 가면 조용하게 혼자 살 수 있다"는 생각이다. 나도 이 조용한 삶을 기대하며 떠났다. 하지만 의외로 시골은 ‘혼자 조용히 살기 어려운 곳’이었다.
도시에선 이웃과 인사도 나누지 않고 살 수 있다. 하지만 시골에서는 이웃과의 관계가 곧 생활의 편리함을 결정한다. 공동 쓰레기장 사용법, 농기계 대여, 마을 회의, 행사 참석 등 생각보다 ‘공동체적 삶’이 매우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
나는 외지인이었고, 처음엔 잘 융화되려고 노력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벽을 느꼈다. 일부 어르신들은 경계심을 보였고, 내가 마을 관습을 잘 모를 때 불편한 상황이 생기기도 했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시골은 다소 폐쇄적인 분위기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공동체 문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못하면 외로움은 더 깊어지고, 오히려 도시보다 더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다.
팁: 귀촌 전, 반드시 1~2주 정도 ‘시험 거주’를 해보며 마을 분위기를 직접 경험해볼 것. 특히 마을 이장, 인근 이웃들과 대화하며 ‘받아들여지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은 커뮤니티일수록 첫인상이 오래 간다.
주거 환경 선택은 장기적으로 보라
귀촌할 때 가장 먼저 결정하는 것이 집이다. 대부분은 저렴한 빈집을 구하거나, 전원주택을 새로 짓는다. 나도 지어진 지 오래된 한옥을 월세로 구해 입주했다. 문제는 그 집이 생각보다 ‘살기 위한 공간’으로서 기능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시골 집은 대개 관리가 잘 되어 있지 않다. 벽이 눅눅하고, 창문이 잘 안 닫히고, 벌레나 쥐가 쉽게 들어온다. 특히 겨울에는 단열이 안 돼 난방비가 엄청나게 나올 수 있다. 마당이 넓은 건 장점이지만, 관리할 시간이 부족하면 잡초밭이 된다.
또한 인터넷, 통신 신호가 약하거나 전기 설비가 노후된 경우도 많다. 나의 경우 인터넷 속도가 너무 느려 업무에 지장을 받았고, 여름철엔 물이 제대로 안 나오는 날도 있었다.
팁: 단순히 ‘좋아 보이는 시골집’이 아니라, 생활 동선과 장기 유지비, 인프라 접근성을 고려해 집을 선택해야 한다. 가능한 한 마을 내 리모델링된 집이나 지자체 귀촌 지원 주택을 활용하는 것이 안정적이다.
귀촌의 목적이 명확해야 오래 버틴다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바로 ‘왜 귀촌을 하려는가?’였다. 나의 경우 도시 생활에 대한 반발심이 가장 컸다. 스트레스, 복잡함, 인간관계의 피로감… 그 모든 것을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피하려는 귀촌’은 오래가지 못한다. 이유가 외부에 있기 때문이다.
귀촌을 유지하려면 분명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 농업을 배우고 싶은가? 아이에게 자연 환경을 주고 싶은가? 또는 자급자족하며 창작 활동을 하려는가? 그 목적이 구체적일수록, 어려운 순간에도 버틸 수 있는 동기가 생긴다.
나처럼 단순히 ‘도시가 싫어서’ 떠난 사람은, 시골의 다른 어려움이 닥쳤을 때 그럴싸한 이유가 없어 포기하게 된다. 귀촌은 ‘회피’가 아니라 ‘선택’이어야 한다. 스스로의 목적이 명확하지 않다면, 시골의 낭만은 오래가지 않는다.
팁: 귀촌 전에 ‘귀촌 후 나의 일상 루틴’과 ‘5년 후의 삶’을 상상하며 구체적인 계획표를 작성해볼 것. 가능하다면 이미 귀촌한 사람들을 만나 현실 조언을 듣는 것이 매우 도움이 된다.
마무리 정리
귀촌은 삶의 방식을 바꾸는 큰 전환이다. 그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실패한 경험을 가진 나로서는 단순히 ‘시골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귀촌을 추천하지 않는다. 생계, 인간관계, 주거, 목적의식을 충분히 준비했을 때 비로소 안정적인 귀촌이 가능하다.
이 글이 귀촌을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단순한 낭만이 아니라, 실질적인 선택을 돕는 길잡이가 되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