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귀촌 실패 사례

막연한 로망으로 귀촌하면 반드시 망한다

밤하늘콩이 2025. 7. 3. 11:24

도시의 피로를 피해, 시골이라는 환상에 빠지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지하철은 늘 꽉 막혀 있고,
자동차 클랙션 소리는 가슴을 쿵쿵 울린다.
좁은 집 안에서는 아이들 뛰는 소리가 층간소음으로 시달리고,
고개를 들어도 보이는 건 콘크리트 빌딩과 회색빛 하늘뿐이다.

 

낭만에 이끌려 시작한 귀촌, 결국 현실에 무너졌다

 

이런 일상이 반복되면 사람은 도망칠 곳을 찾기 시작한다.
누군가는 여행으로, 누군가는 취미로,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귀촌이라는 선택지를 떠올린다.

나도 그랬다.
“이제는 자연 속에서 조용히 살고 싶다.”
“돈 많이 안 벌어도 되니, 흙 만지며 살아가고 싶다.”
“빨리 살 필요 없는 인생, 시골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이런 막연한 로망이 마음속에서 커지기 시작했다.
시골 생활 유튜브를 보며,
텃밭에서 고구마를 수확하는 모습에 감동하고,
작은 집에서 커피 마시며 아침을 맞는 화면에 설렘을 느꼈다.

그렇게 나는 귀촌을 결심했다.
제대로 된 계획도 없이,
그저 “시골이라면 다 괜찮겠지”라는 생각만으로.
하지만 현실은 예상보다 훨씬, 아니 상상 이상으로 냉정했다.
귀촌은 ‘쉬운 삶’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치열한 생존이라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시골은 ‘한적한 낭만’이 아니라, ‘복잡한 현실’이다

귀촌 초기에는 뭐든 신기하고 좋았다.
아침이면 닭 울음소리에 눈을 뜨고,
마당에 나가보면 하늘은 푸르고 공기는 깨끗했다.
첫 김장, 첫 제초 작업, 첫 배추 모종 심기.
모든 것이 새롭고, 도시에서 해보지 못했던 경험들이었다.

하지만 그 ‘신선함’은 한두 달이면 끝난다.
그다음부터는 본격적인 시골의 현실이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첫 번째 현실은 ‘일’의 강도였다.
도시에서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 있다가 잠깐 취미로 하던 주말농장과는 차원이 달랐다.
시골의 노동은 몸 전체를 혹사시키는 일이었다.
여름엔 폭염 속에서 잡초를 뽑고,
겨울엔 땅이 얼어붙은 상태에서도 김장 무를 캐야 했다.
한겨울 마당의 수도가 얼어 터지고,
비 오는 날엔 논두렁이 무너져 복구하러 나가야 했다.

둘째는 **‘인프라 부족’**이다.
도시에서는 당연하게 누리던 것들,
24시간 편의점, 택배 당일 배송, 배달 음식,
심지어 병원조차도 가까이 없었다.
몸이 아파도 30~40분 떨어진 읍내 병원을 가야 하고,
차가 없으면 움직일 수조차 없는 구조였다.

셋째는 **‘지역 문화의 벽’**이다.
시골은 생각보다 더 폐쇄적이다.
좋게 말하면 공동체 문화고,
나쁘게 말하면 개인의 삶이 존중되지 않는 공간이다.
“왜 마을 회관에는 안 나와요?”
“며칠 전에 누구네 집에 일손 좀 도와달라 했는데 왜 안 갔어요?”
처음엔 관심 같았던 말들이 점점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웃 어르신들의 ‘조언’은 농사 지식이 아닌 간섭으로 변했고,
관계의 피로감이 도시에서보다 오히려 더 심했다.

이런 모든 것들이 합쳐졌을 때,
귀촌은 더 이상 ‘여유로운 삶’이 아니었다.
도시의 스트레스가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 다가온 것뿐이었다.

수입 없는 귀촌, 생계를 준비하지 않으면 파산한다

귀촌 전, 많은 사람이 실수하는 게 있다.
“시골에선 돈 안 써도 되니까 괜찮겠지.”
“자급자족하면 생활비가 안 들어.”
이런 근거 없는 낭만에 기대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시골이라고 해서 생활비가 안 드는 건 아니다.
식비, 수도 전기 가스, 자동차 유지비, 농자재비, 장비 구입비,
심지어 처음엔 몰랐던 지역세, 개발 부담금 같은 예상치 못한 지출도 발생한다.

나는 귀촌 첫 해,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2,000만 원 가까운 돈을 써야 했다.
소규모 텃밭을 만든다고 땅을 고르고,
작은 비닐하우스 하나 짓는데도 몇 백만 원이 들었고,
농기계는 중고라도 수백만 원씩 했다.
거기다 차량 보험, 농협 조합비, 수도 시설 보수 비용까지 들어가니
금세 예비비가 바닥났다.

더 큰 문제는 지속적인 수입원이 없다는 점이다.
귀촌 전에 창업을 준비한 것도 아니었고,
농사도 초보 수준이라 팔 수 있을 정도의 물량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매달 적자.
적금을 깨고, 퇴직금을 조금씩 쓰면서 버티는 생활이 반복됐다.

귀촌은 단순히 삶의 형태만 바꾸는 것이 아니다.
**경제 구조를 완전히 새로 짜야 하는 ‘인생 재설계’**다.
그런데 생계 수단을 고려하지 않고
“시골이니까 좀 덜 벌어도 괜찮겠지”라는 마음가짐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로망으로 떠난 귀촌이
결국 빚만 남기고 되돌아가는 선택지가 되는 사례를
나는 수없이 목격했다.
그리고 나 역시, 그 사례 중 하나였다.

귀촌은 인생의 선택, 감정이 아니라 전략으로 접근하라

귀촌이 나쁜 선택이라는 말이 아니다.
실제로 잘 준비해서 성공적으로 정착한 사람도 많다.
하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충분한 사전 조사와 계획, 그리고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귀촌은 감정으로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더 이상 도시가 싫어서”
“그냥 조용히 살고 싶어서”
“유튜브에서 보니 좋아 보여서”
이런 막연한 이유로 시작하면 반드시 부딪힌다.

성공적인 귀촌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략이 필요하다:

 

시범 거주하기
최소 3개월 이상 거주하며 실제 생활 패턴을 경험해보자.
단순 여행이 아닌, 진짜 일상으로 살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생계 수단 확보
작물 재배, 소규모 창업, 온라인 판매, 프리랜서 등
나만의 안정적인 수익 모델이 없다면 귀촌은 위험하다.

 

지역 사회 분석
마을 분위기, 연령대, 주민과의 관계, 인프라 수준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정보들이 정착 여부를 결정한다.

 

비상금 확보
예상 지출의 두 배는 준비해라.
귀촌 후 1년은 수익이 없다고 생각하고 버틸 체력을 만들어야 한다.

 

기대치 낮추기
시골도 사람 사는 곳이다.
문제가 없을 리 없고, 이상적인 삶이 펼쳐지지 않는다.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크다.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불행 예방의 첫 걸음’이다.

귀촌은 도피처가 아니라
또 하나의 삶터, 인생의 사업장이다.
그리고 그건 결국 ‘로망’이 아니라 ‘현실 감각’이 필요한 문제다.

마무리하며.. 로망보다 중요한 건 '준비와 전략'

막연한 로망으로 귀촌을 결심했던 나,
그 선택은 고생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그 경험이 있었기에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의 조건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고.

귀촌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철저하게 준비하고,
감정이 아닌 계획으로 접근한다면
인생의 또 다른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그저 “도시가 지겨워서”, “조용히 살고 싶어서” 귀촌을 꿈꾼다면
한 번 더 깊이 고민해보길 바란다.

로망은 귀촌을 결심하게 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결코 버텨낼 수 없다.
귀촌은 ‘삶 전체를 바꾸는’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