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귀촌 실패 사례

귀촌 후 좌절한 사람들의 현실적인 이야기

밤하늘콩이 2025. 7. 1. 12:03

자연은 아름다웠지만, 삶은 그리 낭만적이지 않았다

귀촌을 결심하는 데는 대부분 공통된 바람이 있다. 더 이상 사람에 치이지 않고, 숨 좀 편하게 쉬며 살고 싶다는 마음. 특히 코로나 이후로 도심의 피로감이 폭발하듯 올라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좀 내려가 살아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귀촌 실패한 사람의 현실적인 이야기

 

처음엔 모두가 설렜다. 초록이 가득한 풍경, 이른 아침의 맑은 공기,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계절의 변화가 온몸으로 느껴지는 일상. 그 자체로 위로가 됐고, 당분간은 모든 것이 새로워서 견딜 만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삶'이라는 두 글자가 현실로 무겁게 다가왔다. 예쁘게 피어나는 꽃을 보며 감탄하던 나날은 금세 잡초와의 전쟁으로 바뀌었고, 아늑해 보였던 주택은 물이 새고 벌레가 들끓는 문제로 스트레스를 유발했다. 하나둘씩 수리해야 할 것들이 생기고,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불편했던 건 바로 '시간'이었다. 도시에서는 당연하게 여기던 24시간 편의점, 즉시 수리가 가능한 기사, 몇 분 만에 도착하는 배달 서비스가 사라졌다. 이런 것들이 없는 삶은 생각보다 훨씬 더 불편하고, 때론 외롭기까지 하다.

그때 깨달았다. 귀촌이란 단지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 자연 안에서 직접 살아가며 모든 걸 감당해야 하는 일이라는 걸. 그리고 그 감당이 생각보다 훨씬 고되고 외로울 수 있다는 걸 말이다.

 

사람보다 더 어려운 건, 관계였다

도시에서는 모르는 사람과 어깨를 부딪혀도 아무렇지 않았다. 내가 누구인지 관심 없어하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는 건 어찌 보면 차가웠지만, 동시에 마음 편한 일상이었다.

시골은 그 반대였다. 처음에는 다들 친절했다. 인사도 잘 받아주시고, 반찬도 나눠 주셨다. ‘아, 역시 시골은 정이 있구나’ 하고 감탄도 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초기’의 환대였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됐다.

시골은 폐쇄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작은 마을, 수십 년간 같은 사람들이 살아온 환경. 그 안에서 갑자기 외부인이 들어오면, 표면적으론 웃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경계의 벽을 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지역마다 자리 잡은 ‘암묵적인 질서’가 있는데, 이를 모르고 ‘도시식 마인드’로 행동하면 눈총을 받기 쉽다. 마을 행사에 몇 번 빠졌다고 ‘무성의하다’는 말이 돌기도 하고, 자신은 빠지면서 남의 일엔 개입하는 사람 취급을 받기도 한다.

이런 오해가 반복되면, 혼자만 따로 떨어져 사는 듯한 고립감이 심해지고 결국 이웃과의 거리감은 점점 벌어진다.

“나는 그냥 조용히 살고 싶었을 뿐인데…” 많은 귀촌자들이 하는 말이다. 하지만 시골은 조용히만 살아가는 게 가능한 구조가 아니다. 관계 속에 들어가지 않으면 ‘이질감’이 되고, 너무 깊이 들어가면 ‘답답함’이 된다. 그 중간 어딘가의 균형을 찾지 못한 채, 많은 이들이 점점 지쳐간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시골 사회는 "말"이 빠르다는 점이다. 한 사람이 한마디 하면, 그것이 마을 전체로 퍼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하루. 좋은 일이든, 실수든, 빠르게 알려지고 쉽게 잊히지 않는다. 이런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결국 관계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수입 없이 살아가는 것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는다

귀촌에 실패하는 가장 현실적인 이유 중 하나는 ‘돈’이다. “시골은 생활비가 덜 들어”라는 말만 믿고 내려온 사람들은 예외 없이 경제적인 어려움에 부딪히게 된다.

물론 초기엔 돈이 많이 들지 않는다. 집값이 도시보다 훨씬 저렴하고, 식재료도 주변에서 직접 구하거나 장터에서 싸게 살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고정 수입’이 없다는 데 있다.

처음엔 적금이나 퇴직금으로 생활비를 메운다. 하지만 매달 나가는 전기·수도·인터넷 요금, 차량 유지비, 보험료, 갑작스러운 고장 수리비용 등은 점점 통장을 잠식한다. 귀촌지에서 일거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고, 일을 하더라도 임금이 도시보다 훨씬 낮다. 결국은 그 마을에서만 살아가는 게 아니라, 자꾸 도시로 나가야만 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또 귀농을 계획했던 사람들은 작물 재배와 판매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역시 예상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 직거래 장터, 온라인 마켓, 로컬푸드 등에 진입하는 것도 경쟁이고, 소규모로 시작하면 단가도 낮아 이익이 거의 남지 않는다.

게다가 농사는 날씨, 병충해, 시장 가격 등 내가 조절할 수 없는 수많은 변수에 따라 좌우된다. 단순히 땅만 있다고 작물이 잘 자라는 것이 아니다. 그 모든 것을 이해하고, 감수할 수 있어야 ‘귀농’이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농사도, 장사도 모두 어정쩡한 상태로 실패하게 된다.

그렇게 한 해, 두 해 적자를 보다 보면 “이러려고 귀촌했나?”라는 자괴감이 몰려온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만으로는 현실적인 생계까지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그러다 결국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사람들을 적지 않게 봤다.

 

문제는 ‘시골’이 아니라 ‘내가 준비되지 않았던 것’

귀촌에 실패했다고 해서, 시골이 나쁜 곳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리고 실패한 사람들 역시 시골을 비난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연의 위로와 풍경의 아름다움은 여전히 그들에게 그리운 요소로 남아 있곤 한다.

문제는 대부분 ‘준비 부족’에 있다. 충분히 시뮬레이션하지 않은 채, 단지 ‘도시가 싫다’는 이유로 내려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막상 현실을 마주하고 당황하게 되는 것이다.

귀촌은 로망이 아니라 ‘설계’여야 한다. 어떤 생활 방식으로 하루를 보낼 것인지, 어떤 수입 구조를 만들 것인지, 어떻게 인간관계를 이어갈 것인지, 이 모든 것을 다층적으로 계획하고 내려가야 한다.

좌절한 귀촌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시골을 싫어하게 된 게 아니야. 그저 우리가 너무 쉽게, 너무 가볍게 시작한 거야.”

이 말이야말로 귀촌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가장 현실적인 조언이 아닐까. 누구나 시골로 갈 수는 있지만, 모두가 거기서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자신의 성향, 생활방식, 경제 상황, 심리적 내구성까지 모두를 진지하게 돌아봐야만 귀촌이 진짜 ‘삶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귀촌이 단기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점이다. 휴식과 힐링의 장소가 아닌, 삶의 새로운 터전이기에 단순한 이상과 감정만으로는 버틸 수 없다. 귀촌은 선택이자 책임이고, 때론 그 어떤 도시생활보다 더 치열한 생존의 공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