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 잃고 돌아왔다… 귀촌 실패 리얼 후기
귀촌은 쉬울 줄 알았다
귀촌을 처음 결심했을 때, 나는 단순히 ‘삶의 속도를 늦춰보자’는 마음뿐이었다. 매일 반복되는 출퇴근과 상사 눈치 보기, 커피 한 잔에도 가슴이 뛰는 회사 생활에 지쳐 있었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차라리 시골 가서 조용히 살자.” 그때는 정말 귀촌이 내 인생을 바꿔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연, 여유, 건강, 자급자족, 이런 단어들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쉽게 가능할 거라고 믿었다.
결정을 내리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몇 개월 동안 주말마다 지방 소도시들을 돌아다니며 땅을 보고, 빈집 매물도 찾아봤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그건 ‘준비’라기보다 ‘관광’에 가까웠다. 어떤 지역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생활 인프라는 어떤지, 지역 커뮤니티는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선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단지 분위기 좋고 공기 맑은 동네를 기준 삼아 귀촌지를 정했다. “다들 이렇게 시작하는 거 아니야?”라는 말로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나는 도시에서 모은 돈으로 작은 전원주택을 구입했고, 마당 있는 삶을 시작했다. 정원에는 텃밭도 꾸미고, 나무도 몇 그루 심었다. 그 순간만큼은 행복했다. 정말 내가 원하던 삶이 시작된 것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아주 천천히, 그리고 분명하게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그 무너짐의 속도를 알아차리기도 전에 이미 되돌리기 어려운 지점까지 와버렸다.
가장 큰 적은 ‘외로움’이었다
귀촌 생활에서 가장 힘들었던 건 의외로 ‘사람’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도시에선 출근길 버스, 점심시간 식당, 퇴근길 카페 등 어디서든 사람의 온기가 있었다. 무심한 대화라도 어쨌든 소통이 있었고, 익숙한 거리와 사람들 속에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시골에서는 그것이 없었다. 아침에 눈을 떠도 조용했고, 밤이 되어도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처음엔 그 고요함이 좋았지만, 그 고요가 지속될수록 점점 외로움이 내 삶을 파고들었다.
마을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었다. 일부러 장날마다 얼굴을 비췄고, 마을 회관에도 몇 번 들렀다. 하지만 ‘외지 사람’이라는 벽은 생각보다 두꺼웠다. 겉으로는 인사를 주고받지만, 마음까지 가까워지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문제는 그 ‘오랜 시간’을 나는 견디지 못했다는 것이다. 서울에서는 단 하루 만에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시작할 수 있었지만, 시골에서는 몇 달이 지나도 고작 “밭 잘 가꾸시네요” 정도의 인사만 오갈 뿐이었다.
그리고 이 고립감은 내 일상에 큰 영향을 미쳤다. 누구에게도 내 상황을 이야기할 수 없고, 도움을 요청할 곳도 마땅치 않았다. 편의점도, 약국도, 카페도 멀었다. 인터넷도 자주 끊겼고, 배달음식은 아예 기대조차 할 수 없었다. 결국 점점 말수가 줄었고, 생각이 많아졌고, 마음이 위축됐다. 자연이 주는 여유와 평화가 아니라, 외로움과 침묵이 내 일상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선 결국 ‘사람’이 필요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경제적 현실, 그것이 문제였다
귀촌을 준비하며 나는 “한 달에 100만 원만 있어도 충분히 살 수 있다”는 말을 믿었다. 실제로 그런 글을 블로그에서 몇 번 본 적도 있었고, 나도 그 정도 예산이면 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내려가 보니 그건 ‘살아만 있을 수 있는 금액’일 뿐,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정기적인 수입 없이 지출이 계속되는 생활은 생각보다 빠르게 한계를 드러냈다.
먼저, 예상하지 못했던 지출들이 많았다. 집 수리비, 농기구 구입비, 차량 유지비, 난방비, 수도 보일러 교체, 정화조 청소 같은 시골 특유의 관리 비용이 생각보다 자주 발생했다. 여기에 교통비와 생활물품을 사기 위한 이동 비용도 무시할 수 없었다. 도시에선 도보로 해결되던 일이, 여기선 차량 이동 없이는 불가능했고, 그에 따른 유지비와 시간 소모도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수익에 대한 플랜이 없었다는 점이 가장 치명적이었다. 나는 막연히 블로그, 유튜브, 농산물 판매 같은 걸로 수익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건 ‘가능성’이지 ‘수익 모델’이 아니었다. 결국 몇 달 만에 예금 통장은 바닥을 드러냈고, 남은 선택지는 도시로의 복귀뿐이었다. 그래도 집값은 나중에 다시 팔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시골집은 도시처럼 쉽게 팔리지 않는다. 가격을 계속 내려도 매수자는 나타나지 않았고, 나는 ‘팔리지 않는 자산’을 끌어안은 채 도시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결국, 돈만 잃고 돌아왔다
나는 귀촌을 통해 얻은 게 거의 없다. 오히려 많은 것을 잃었다. 시간, 돈, 그리고 자신감까지. 처음에는 단순한 이사처럼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인생 전체를 뒤흔드는 큰 결단이었다. 하지만 그 결단에 비해 준비가 너무 부족했고, 모든 걸 감성에 맡겨버렸다는 점에서 지금도 후회가 크다. 주변에 귀촌을 고려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진짜로 할 거라면, 철저하게 준비해. 아니면 하지 마.”
귀촌은 로망이 아니다. 텃밭에서 상추를 따고, 마당에서 강아지와 노는 풍경은 SNS용 사진으로는 아름다울지 모르지만, 그 이면에는 수많은 노동과 책임, 불편함과 외로움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돈이 든다. 내가 귀촌을 하며 들인 비용은 집값과 생활비를 포함해 약 1억 원 가까이 된다. 그중 상당수는 되돌릴 수 없다. 한참 고민 끝에 겨우 집을 반값 가까이에 팔고, 다시 도시로 돌아왔다. 그 과정 역시 순탄하지 않았고, 돌아왔을 땐 정말 모든 걸 잃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단순한 푸념이나 후회를 늘어놓기 위해서가 아니다. 누군가가 나처럼 돈과 시간을 잃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귀촌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면, 일단 현실적인 문제부터 점검해보길 바란다. 수익 구조, 생활 인프라, 관계의 벽, 건강 문제, 지역 사회 적응 등 하나하나 따져가며 설계된 귀촌만이 성공할 수 있다. 나처럼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내려간다면, 돌아오는 길엔 분명 후회와 손해만이 기다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