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 준비 없이 뛰어든 이들의 최후
낭만만 보고 뛰어든 귀촌, 현실은 혹독했다
최근 몇 년 사이, ‘귀촌’이라는 단어가 유독 많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자연 속에서 조용한 삶을 누리겠다는 사람들, 복잡한 도시를 떠나 전원생활을 꿈꾸는 사람들. 저는 그런 흐름 속에 있었고, 수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껴 귀촌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산책을 하고, 텃밭을 가꾸고, 이웃과 인사하며 살아가는 삶. 말만 들어도 평화롭고 행복해 보였죠.
그런데 현실은 상상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귀촌을 준비하지 않은 채 뛰어든 삶은 낭만이 아니라 생존의 연속이었습니다.
시골에서의 삶은 단순히 주소지를 옮기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사회와 생태계로 진입하는 것이었습니다. 도시에서의 상식이 통하지 않고, 생활 방식은 물론 인간관계까지 완전히 달랐습니다. 처음에는 모든 게 새롭고 신선해 보였지만, 곧 적응의 벽 앞에 무너졌습니다. 인터넷 하나 설치하는 데 며칠이 걸리고, 집 근처에는 슈퍼도 없으며, 병원도 멀었습니다. 작지만 단단한 불편함들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문제는 ‘수입’이었습니다.
회사도 없이, 특별한 수익모델도 없이 그냥 시골로 내려왔습니다. 막연히 ‘뭔가 하겠지’라는 생각이었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귀촌 후 자영업을 하겠다는 계획도, 농사를 짓겠다는 의지도 ‘정보 부족’과 ‘현실의 벽’ 앞에서 무너졌습니다. 그렇게 귀촌은 곧 생계의 위기, 심리적 압박, 고립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귀촌은 선택이 아니라 전환이다.. 준비 없는 전환의 대가
귀촌을 결정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느 순간 마음속으로 결심합니다. “이제 더는 이 도시에서 살 수 없다.” 이 말은 도시의 삶에 대한 회의와 동시에, 새로운 환경에 대한 기대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전환의 본질’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움직인다는 점입니다.
귀촌은 단순한 공간의 이동이 아니라, ‘삶의 구조 전체’를 바꾸는 일입니다.
도시에서 안정적으로 받던 월급, 언제든 주문할 수 있는 음식, 원하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환경,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 이런 것들은 모두 도시 생활의 기반입니다. 그런데 준비 없이 귀촌하게 되면, 이 기반이 한순간에 무너집니다.
제가 본 많은 실패한 귀촌자들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 귀촌 전에 수입 구조가 없거나 애매했다
- 지역 사회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었다
- 생활 인프라에 대한 정보가 부실했다
- 너무 급하게 결정했다
이런 준비 부족은 결국 ‘귀촌자’를 낯선 곳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생존자로 만들었습니다. 특히 수입 문제가 가장 심각했습니다. 도시에서는 능력이 곧 기회로 연결되지만, 시골에서는 네트워크와 지역성, 지역 상권에 대한 이해 없이 어떤 사업도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귀촌해서 카페, 식당, 농산물 판매 등 자영업을 시도했다가 6개월도 못 버티고 문을 닫은 사례를 수없이 봤습니다.
귀촌은 계획 없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정보, 자금, 공동체, 기술, 적응력, 시간이라는 요소들이 모두 유기적으로 준비되어야 합니다. 이 중 단 하나라도 준비되지 않으면, 나머지 모든 요소가 휘청거리기 시작합니다.
고립과 무기력, 그 끝에서 무너지는 사람들
귀촌 후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점점 외로움과 고립감에 시달리기 시작합니다.
처음엔 새로운 환경이 신선하게 느껴지지만, 그 설렘은 길어야 3개월입니다. 이후에는 ‘혼자’라는 현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친구도 없고, 쉽게 나눌 말벗도 없으며, 지역 주민들과 어울리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특히 혼자 귀촌한 사람들의 경우, 이 외로움은 생각보다 훨씬 더 깊고 무겁게 다가옵니다.
이 시점에서 ‘귀촌을 후회하는 감정’이 시작됩니다.
“내가 왜 여기까지 온 걸까?”
“돌아가자니 자존심이 상하고, 남으려니 힘들다.”
“누구에게 하소연할 수도 없다.”
그렇게 스스로의 선택을 원망하고, 나아갈 방향을 잃게 됩니다. 실제로 귀촌 이후 심리적 문제를 겪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우울감, 불안, 분노, 무기력, 심지어는 건강 문제까지.
고립은 단순히 사람들과 떨어져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삶의 방향을 상실하고 자기 존재감조차 희미해지는 상태입니다.
특히 실패를 인정하기가 쉽지 않아, 대부분은 문제를 감추거나 억지로 버텨보려 합니다. 하지만 버티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음의 상처는 깊어지고, 결국 도시로 돌아가는 이들도 있습니다. 물론 이때는 금전적 손실, 인간관계의 단절, 자존감 하락이라는 2차 피해까지 동반됩니다.
귀촌은 ‘행복한 도전’이 될 수 있지만, 준비 없는 귀촌은 ‘삶 전체를 흔드는 위기’가 됩니다.
그 위기 속에서 다시 일어서기 위해선, 어마어마한 회복탄력성과 지지 기반이 필요합니다.
귀촌, 제대로 준비해야만 기회가 된다
모든 귀촌이 실패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철저히 준비한 사람만이 성공한다는 사실입니다. 귀촌은 단순히 ‘지방으로 이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모델을 스스로 설계하고 구현하는 일입니다.
성공적인 귀촌자들을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 귀촌 전 충분한 사전 탐방과 리서치를 진행함
- 장기적인 수입 구조를 먼저 확보해둠
- 지역 사회와의 연계 및 커뮤니케이션 준비
- 생활 편의성과 응급 상황 대응 플랜 확보
- ‘고립’을 즐길 수 있는 자기만의 루틴 보유
즉, 귀촌을 ‘모험’이 아니라 ‘정밀한 설계와 실행’의 관점에서 접근한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실패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실패가 오더라도 회복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 두었기 때문입니다.
귀촌을 꿈꾸는 분들이라면 지금 이 순간만큼은 다음을 자문해보세요.
- 내가 귀촌 후 무엇으로 생계를 유지할 것인가?
- 나는 외로움이나 고립에 얼마나 강한가?
- 시골 지역의 삶의 방식에 적응할 수 있는가?
- 지역 주민과의 관계 형성을 위한 태도는 준비되었는가?
- 6개월 후, 이 계획이 무너지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솔직하게 해보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할 수 있다면 귀촌은 오히려 도시보다 더 풍요롭고 의미 있는 삶이 될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귀촌은 누군가에게는 평생을 바꿀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씻을 수 없는 후회로 남기도 합니다. 그 차이는 바로 ‘준비’와 ‘무계획’의 차이입니다.
귀촌 준비 없이 뛰어든 이들의 최후는 단지 실패가 아니라, 인생의 방향을 잃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지금 귀촌을 고민하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준비하세요.
단 한 번의 결정이, 당신의 삶 전체를 바꿀 수 있습니다.